이우영 < 중소기업은행장 >

최근 실물경기가 본격적인 확장국면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양극화현상에 의한 자금의 편중현상, 대기업의 설비투자증가등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기업자금난을 촉발시킨 근본적인 원인 몇가지를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소기업의 자금부족은 우선 호황에도 불구하고 채산성의 개선도가
미흡함에 따라 내부금융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조달능력이 약화된데
기인한다.

중소기업은 2~3년의 호황시 비축한 여력으로 3~4년의 불황을 견뎌낼 수
있으나 이번 경기확장국면에서는 고비용 저수익사업환경이 지속됨에 따라
순이익률의 개선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은행의 상업어음할인에 대한 취급유인이 감소하여 시중자금 경색시
하청공급자에게 전달되는 자금애로요인이 제도금융권에서 적절히 흡수되지
못하고 있고, 바로 이점이 단기 운전자금난의 주요요인으로 지적된다.

셋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재원 자체가 부족한 점이다.

최근 몇년간 중소기업부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면 일반회계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지원 비중은 아직도 약
3분의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 경제개발 초기 재정의 부족등으로 산업금융을 정책금융
수단에 의존해 왔는데 금융자율화와 통화관리 등의 영향으로 정책금융이
줄어들고 있으므로 이를 정부의 재정이 적극적으로 떠맡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넷째 외부에서의 자금유입도 시급하지만 기존자금의 효율적 운용은 더욱
중요한데 특히 금년들어 중소기업들이 자금조달난을 체감하는 것은 시중의
자금흐름이 몇가지 이유로 더욱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은행중심의 통화관리,금리의 실질적 규제 등으로 중소기업의 주요자금
조달원인 은행의 산업금융기능이 충분히 작동되고 있지 않는데다 금년들어
실세금리와 공금리의 격차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예금은행의 자금조달력이
크게 확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이
스스로 내부금융 기반을 강화할 수 있도록 자기신용관리, 자기자본 충실화,
경영혁신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교섭력과 외부자금조달력이 우수해도 내부자금창출력이 따라가지
못할 경우 계속 기업으로 존속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중소기업 우대지원제도의 축소에 따른 가용공급자금의 위축을
보완할 수 있도록 재정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여기서 배정된 자금은 중소기업이 단기자금난해소와 관련하여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상업어음할인의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재정자금확충과 같이 외부에서의 자금유입도 중요하지만 시중자금의 흐름을
개선시켜야 중소기업 금융의 확충을 기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주요
자금원인 은행의 금융기능회복을 통한 자금파이프라인(중소기업의 외부
차입시 은행의존도는 78.7%)의 확충도 시급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 자금의 물꼬를 바르게 터주기 위한 자금흐름개선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 신용도가 우수한 대기업의 시중 자금조달금리가 연 15%라는
점을 인정, 은행에서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9.0~11.5%의 대출금리밴드폭을
확대하여 금융기관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유인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제도금융권에 대한 중소기업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담보력보완대책과 세분화되고 복잡한 중소기업금융지원제도의 정비 역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