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노조".

지난해 9월 새로 출범한 7기 영창악기노조가 주창하고 있는 새구호이다.

과거 투쟁일변도의 구각에서 벗어나 잘 조율된 악기의 선율처럼 화합과
융화속에서 발전과 복지에 힘을 쏟는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영창악기는 현재 인천지역의 노사협력분위기를 선도해나가는 기업중의
하나이다.

이회사의 노사는 서로가 힘을 합쳐 회사발전과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 공장 곳곳에서 엿보인다.

이회사 노조는 지난3월 임.단협을 앞두고 1박2일의 단합대회를 가졌다.

이대회에는 회사의 인사노무간부등도 참여했다.

이자리에서 노사양측은 허심탄회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과거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을 이제는 노사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협력관계를 일궈내기까지 영창악기노사도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87년이후 91년까지 이회사는 임.단협 때마다 격렬한 노사분규에
휘말렸었다.

회사측은 임금인상억제 복지비용축소를 위해 경영실적을 실제와 다르게
밝히기도 했다.

회사측의 경영정보공개는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대해 근로자들도 과격한 행동으로 맞섬으로써 악순환을 거듭했다.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었다.

이러했던 이회사의 노사관계는 지난 92년부터 극한대립이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는 인식이 싹트면서 호전되기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상처가 깊은 만큼 영창악기 노사는 또다른 치유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87년 분규당시 해고된 4명이 지난해봄 복역을 마치고 나오면서 잊혀져가던
갈등이 재연됐다.

이들은 해고자모임인 인천지역 해고자협의회등과 연대, 복직을 요구하면서
격렬한 철야농성을 계속했다.

우여곡절끝에 회사측은 위장취업자를 제외하고 사규를 위반한 3명의
복직을 허용하는 단안을 내렸다.

영창악기가 이룩해낸 현재의 노사협력분위기도 따지고보면 이때 회사측이
먼저 "관용"을 베풀어 불신의 고리를 끊고 상호신뢰의 초석을 마련한 것에
힘입은 것이다.

지난해 9월 복지를 주창하는 새 노조의 출범을 계기로 "노사불이"의
협력관계를 위한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이회사 노사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쓰라린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복지노조후보자측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임봉춘 노조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어용으로 몰릴까봐 고민했으나 먼저
마음을 열고 노사화합을 이뤄보자는 생각에서 복지노조를 주창했다"고
출범과정을 설명했다.

이제 조합원들도 몰라보게 달라져 회사의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이란
인식을 갖고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회사노조는 요즘들어 품질및 생산성향상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다.

"산업안전평화정착의 해"란 리본을 달고 전사적인 작업환경개선및
환경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영창피아노가 세계최고품이라는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사측과 함께 고객만족 배가운동도 벌인다.

복지노조와 조합원간 일체감을 위해 노조전임자들도 틈틈이 공장라인을
돌며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이다.

노사협력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회사측의 노력또한 상당하다.

지난해 노사화합 촉진장려금으로 기본급의 60%를 지급했으며 연말엔
경영실적공개와 함께 성과급을 배분해 주었다.

근로자 주택자금 융자제도를 활성화해 임대주택을 알선해주고 있다.

영창문화재단을 설립, 음악콩쿠르를 비롯한 각종 예술행사를 열어 근로자
재충전과 창의력함양을 북돋우고 있다.

이회사의 성낙후상무는 "최고경영자는 물론 상무인 나도 근로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결혼식때 종종 주례를 선다"며 노사일체감은 사소한 것부터
챙겨주는 배려에서 생겨난다고 강조한다.

최고경영자도 회사의 주인은 종업원이란 생각에서 주요의사결정과정에
근로자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이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공적인 일외에는 일체의 회사돈을 쓰지않는다고
노조관계자는 귀띔한다.

최고경영자에 대한 근로자들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사화합은 큰폭의 매출신장이라는 알찬 열매로 이어지고 있다.

영창악기는 지난해 매출 2천35억원 순익 75억원을 기록, 세계 최대
피아노메이커로 자리를 굳혔다.

이회사 노사는 기초질서선도팀을 구성, 시간 질서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노사관계정립 표어공모전"도 개최, "사용자는 사랑으로 근로자는
정성으로"등 우수작들을 사내곳곳에 붙여 노사화합정신을 고취해가고 있다.

이같은 신바람운동을 통해 올해는 기필코 노사관계를 혁신단계로 정착시킨
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장태훈 노조위원장은 "근로자들이 생산및 경영의 주체라는 진취적인
의식을 갖고 기업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이제 노사모두가 비전을 갖고
일터에 나오고 있다고 자랑한다.

영창악기는 노사가 사랑과 정성으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회사임을 읽을수 있었다.

< 인천=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