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주제를 미리 정하지는 않지만 근작에는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내면을 표현하고픈 생각이 많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조각가 조지 시걸(71)이 25일~6월28일 서울
호암미술관에서 첫한국전을 갖는다.

출품작은 회화작가로 출발한 그가 조각가로 변신하면서 제작한 "롯의
전설"(58년)을 비롯 "러시아워"(83년)"우연한 만남"(88년)"이른 아침,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90년) 등 현대도시와 도시인의 이미지를 표현한
조각 33점.

대부분의 작품이 주변의 활기찬 환경과 대조를 이루는, 상념에 잠겼거나
탈진한 인간의 무기력함을 표출하고 있다.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무시할순 없지만 회화는 과연 무엇이며 조각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을 통해 나름대로의 표현언어를 갖고자 해왔습니다"

그의 작품은 환경조각으로 불린다.

친구나 친척등 주변사람에게 회반죽을 발라 만든 석고인체 주변에 실생활
의 가구나 물건들을 배치해 완성하기 때문.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물감의 역할에 대해서도 연구했다"는
그는 조각품의 이미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색감선택에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한다.

월남전 반대데모나 미국남부에서의 학교버스 흑백분리문제같은 사회적
이슈를 비롯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작품을 발표해온 그는 근래 들어
인체릴리프나 사진.회화 합성작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지 시걸은 또 고령에도 불구, 작품설치를 돕는 한편으로 틈틈이 주변의
한국음식점을 찾아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5일 개막식에 참가하고 26일 강연회를 가진후 29일 출국할 예정이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