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빛깔 문화 .. 이종상 <화가/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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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토론장에서 색채학 공동발표회가 있었다.
발표자중 한사람이 "우리의 색채어휘는 비과학적이고 빈약해서 현대산업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서구적 시각으로 난도질을 했다.
기능과 효율성을 우선으로하는 산업과 사상과 감성을 토대로하는
예술은 다르다.
천가지 만가지의 기호화된 색상샘플도 우리 오방색의 세분화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로 단일색명은 빨강( red ) 진홍( purple ) 분홍( pink ) 주황(
orange ) 노랑( yellow ) 갈색( brown ) 초록( green ) 파랑( blue
) 까망( black ) 하양( white )등 11가지 순수한 한글로 표기한
5가지 빛깔을 빼면 모두 혼합색임을 알수 있다.
필리핀에는 빨강 노랑 까망 하양이 있고 나이지리아에는 빨강 까망
하양,뉴기니아에는 아예 까망과 하양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원색의 단일한글이름으로 빨강 노랑 파랑의 유채
3원색명이 있고 까망 하양의 무채 2원색명이 있어 오방색을 이루고
있다.
그외에 혼합색명은 수없이 분화될수 있으므로 한자나 사물이름끝에
"빛"을 붙여쓰고 있다.
이와같이 우리조상들이 이름붙여 써내려온 다섯빛깔의 원색명에는
다른 어느나라의 그것과도 비교할수 없이 과학적이며 철학적 의미가
깃들여져 있다.
우리의 색채문화는 단순한 프리즘적 색채로 보여지는 대상의 색상이
아니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속에 나의 삶이 동시에 내포된 종합적인 빛깔의
독특한 철학을 지녀왔다.
그래서 한국의 빛깔은 허장성세를 벗어나고 욕심을 버려 내안에
느낌으로 존재하는 절제의 빛깔문화가 이어질수 있었다.
우리의 그림이 서양의 그것과 다른까닭이 이런데서도 쉽게 느껴진다.
빨강 한빛깔로 빨갛다 발갛다 벌겋다 붉다 발그레하다 불그덱덱하다는등
풍부한 감정표현이 가능할뿐 아니라 빨강하면 남쪽 난초 여름 예절
예술 마파람 현악기등 수없는 연계성을 갖게되고 심지어는 빛깔마다
인격적 윤리성을 부여함으로써 내안에 살아있는 색채문화를 향유해오고
있는 터이다.
그래서 우리 그림을 세계화시킨다고 하여 그들의 재료를 함부로
쓰지못하게 하는 것이다.
재료와 기법과 인격과 사상은 먹이사슬처럼 하나의 그림사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
발표자중 한사람이 "우리의 색채어휘는 비과학적이고 빈약해서 현대산업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서구적 시각으로 난도질을 했다.
기능과 효율성을 우선으로하는 산업과 사상과 감성을 토대로하는
예술은 다르다.
천가지 만가지의 기호화된 색상샘플도 우리 오방색의 세분화에 지나지
않는다.
영어로 단일색명은 빨강( red ) 진홍( purple ) 분홍( pink ) 주황(
orange ) 노랑( yellow ) 갈색( brown ) 초록( green ) 파랑( blue
) 까망( black ) 하양( white )등 11가지 순수한 한글로 표기한
5가지 빛깔을 빼면 모두 혼합색임을 알수 있다.
필리핀에는 빨강 노랑 까망 하양이 있고 나이지리아에는 빨강 까망
하양,뉴기니아에는 아예 까망과 하양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단일원색의 단일한글이름으로 빨강 노랑 파랑의 유채
3원색명이 있고 까망 하양의 무채 2원색명이 있어 오방색을 이루고
있다.
그외에 혼합색명은 수없이 분화될수 있으므로 한자나 사물이름끝에
"빛"을 붙여쓰고 있다.
이와같이 우리조상들이 이름붙여 써내려온 다섯빛깔의 원색명에는
다른 어느나라의 그것과도 비교할수 없이 과학적이며 철학적 의미가
깃들여져 있다.
우리의 색채문화는 단순한 프리즘적 색채로 보여지는 대상의 색상이
아니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속에 나의 삶이 동시에 내포된 종합적인 빛깔의
독특한 철학을 지녀왔다.
그래서 한국의 빛깔은 허장성세를 벗어나고 욕심을 버려 내안에
느낌으로 존재하는 절제의 빛깔문화가 이어질수 있었다.
우리의 그림이 서양의 그것과 다른까닭이 이런데서도 쉽게 느껴진다.
빨강 한빛깔로 빨갛다 발갛다 벌겋다 붉다 발그레하다 불그덱덱하다는등
풍부한 감정표현이 가능할뿐 아니라 빨강하면 남쪽 난초 여름 예절
예술 마파람 현악기등 수없는 연계성을 갖게되고 심지어는 빛깔마다
인격적 윤리성을 부여함으로써 내안에 살아있는 색채문화를 향유해오고
있는 터이다.
그래서 우리 그림을 세계화시킨다고 하여 그들의 재료를 함부로
쓰지못하게 하는 것이다.
재료와 기법과 인격과 사상은 먹이사슬처럼 하나의 그림사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