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려는 "열정"과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줄 아는
"기술".

미국의 X세대들이 이 양대무기를 앞세워 차세대 미국경제를 이끌어갈 신
"기업가"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착실이 모아 내집을 마련하고 안락한
노후를 설계하는 기성 세대와는 달리 "내사업"을 차려 경영해 보겠다는
열의로 가득차 있다.

지난 2월 여론조사기관인 오피니언리서치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자기사업을 하겠다는 응답이 35-64세의 경우 36%에 불과한반면
소위 X세대(18-34세)의 경우 절반을 넘는 54%에 달했다.

미쓰비시같은 대기업을 최고의 직장으로 꼽고 있는 일본의 대졸엘리트들이
"회사인간"에 만족하는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이들 X세대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는 원동력은 바로 이같은 "회사인간"
혐오증.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브렌다린(27세)은 지난 89년 졸업직후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최고의 직장인 "루레비&선"이라는 코트회사에 입사했다.

린은 그러나 창조성을 발휘한 기회도 없이 회사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자 곧 회사를 그만뒀다.

자기사업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은행대출이나 창업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처지였던 린은 밤에는 레스토랑
에서, 낮에는 가내수공업으로 모자를 만들어 가며 시드머니를 조성했다.

그 돈으로 펠트모자 회사를 세웠다.

지난해 린의 회사는 매출 20만달러에 5만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X세대 기업가들의 두번째 원동력은 컴퓨터.

이들 X세대들은 컴퓨터를 친구처럼 여기며 자라온 컴퓨터 1세대이다.

8살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밍을 했다는 제프리알렌(24)은 현재 "소스
디지털시스템"의 사장이다.

그는 고교졸업후 조지메이슨대학에 입학했으나 1년도채 안다니고 중퇴했다.

"더이상 배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업 5년째를맞는 올해 이 회사의 총 매출예상액은 8백만달러.

순익은 5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알렌은 최근 학교로 다시 돌아갔다.

그러나 학생의 신분이 아닌"교수"로서였다.

그는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비디오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다니엘레비(24)역시 컴퓨터기술을 무기로 창업한 케이스.

레비는 콜럼비아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AT&T에 입사, 쌍방향소프트웨어
디자이너로서 연봉 4만달러의 고소득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올초 그는 이황금직업을 그만두고 전도가 불투명한 자기 사업체를
차렸다.

직장은 "집", 설비는 "인터네트", 업종은 "전자복덕방".

레비는 인터네트에 부동산매물정보알림판을 설치하고 뉴욕의 부동산매물에
대한 평면도와 조감도를 게재, 매매를 중개하고 있다.

"학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이들 X세대가 창업을 하게 되는 큰
매력이다.

고교중퇴의 학력을 가진 빌킴벌린(27)은 막노동판에서 일하는 문맹자였다.

그러나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개인사업을 시작했다.

한 작은 청바지 공장에서 약간 흠이 있는 불량품을 사다가 벼룩시장에
내다파는 일이었다.

첫해 7만벌을 팔아 재미를 톡톡히 본 킴벌린은 그 다음해 25만벌로 판매량
을 대폭 늘렸다.

폼목도 셔츠와 쓰레기통, 연하장등으로 다양화했다.

킴벌린은 이제 어엿한 의류업체 사장이 됐다.

미국의 X세대들은 더이상 헐렁한 옷에 랩이나 읖조리는 철없는 젊은이들이
아니다.

"수많은 공장이나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들보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X세대 젊은이들이 미국에게는 더 큰 자산"이라는 한 업계관계자의 지적에서
도 X세대에 대한 재평가를 엿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