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아데나워 총리가 2차대전에서 페허화된 전후의 잔재를 헤치고
가장 먼저 세운 건물이 특허청이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독일이 경제대국
으로 우뚝선 것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특허청 건물하나 없이 세방을 전전하여 온 오늘날의 우리현실과
비교할때 그동안 우리 발명분야가 얼마나 소외되어 왔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도 이제나마 특허청 건물이 착공되었으나 수도권이 아닌 교통의
불편으로 막대한 시간손실이 불가피한 대덕단지에 세워지고 있다.

특허청은 연구기관이 아닌 새로운 기술의 출원 심사 등록 관리기관으로
중앙행정부처인 동시에 기술교류의 관문으로 국내외에 수백만의 고객을
가진 국제터미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바로 여기에 특허청 건물이 한국의 심장부인 수도 한복판에 세워져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과연 오늘날의 우리경제가 상용인구가 많은 수도서울에 특허청 건물하나
세울수 없는,그렇게 빈약한 것일까.

우리나라는 경제발전과 병행하여 특허출원순위 세계 5위수준을 달성하고
있고 각종 세제지원 포상 발명진흥법제정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잊혀진
기본적인 문제가 또 있다.

미국은 1847년부터 2월11일을,일본은 1884년부터 4월18일을 각각
"발명의 날"로 삼아 기념행사를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5월19일을 발명의 날로 삼아 성대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발명의 날"은 달력에서 잊혀진 날이다.

지난 57년 상공부고시로 제정된 "발명의 날"이 불과 15회의 행사를
끝으로 73년에 "상공의 날"로 통폐합되어 30여개의 그 많은 법정기념일
가운데 유독 "발명의 날"만이 사라진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패망 30년만에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저력은 이미
100년전부터 천황이 주도하여 행사하여온 "발명의 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비교 감안할때 그들로부터 수난을 당한 우리나라는
기술이 흥망과 직결된다는 역사의 산 교훈을 망각한채 해방 30년도
채 못되어 "발명의 날"을 없앤 것이다.

그동안 "과학의 날"은 법정기념일로 존재하면서 "발명의 날"은 없어진
모순속에서 과연 우리 생활에서 발명의 중요성을 한번쯤 조명하여 볼
필요가 있을것 같다.

발명은 미개척의 새영역을 여는 것이며 과학은 바로 발명이 열어놓은
기성의 영역인 것이다.

따라서 인류가 이룩한 과학문명은 그 어느 것이라도 자연법칙에서
나온 발명의 집합체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이와같이 발명없이 과학문명은 존재할수 없으며 발명이 바로 인류문명의
기본임을 알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발명을 창출시켜 특허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부강한
선진국이라는 것은 역사와 현실이 잘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라마다 신기술을 경제무기화하는 냉엄한 특허전쟁속에서 이제
우리는 두뇌자원을 활용한 기술개발만이 최후의 보루임이 자명해졌다.

아이디어 창출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의 발명의식화를
일깨우기 위해서,어린 2세들에게 발명의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서,전국
연구당사자들의 사기앙양을 위해서,그리고 발명을 적극 장려한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선포하기 위해서도 "발명의 날"이 하루빨리
법정기념일로 부활되어야한다.

국내외의 수많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기술한국의 기틀이 되는
특허청 건물이 수도 한복판에 하루빨리 옮겨 세워져서 음지에 소외된
발명계의 기틀을 잡아야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청사의 신축과 "발명의 날"의 부활은 조그마한
형식같으면서도 가뜩이나 권리침해가 난무하고 있는 침체된 발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서건희 <한국입체조경대표.국제수상발명가협회 명예회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