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신정부는 출범이후 규제완화를 경제개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 왔다.

지난 2년간 여러 위원회와 기구를 통해 경제행정규제 1,128건,일반행정
규제 1,780건의 과제를 선정하여 완화작업을 추진해 온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들에 이러한 규제완화노력의 효과가 아직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급성장하는 시장으로서 매력이 크고 정부도
외국인투자 유치에 노력하고 있으나 좀처럼 외국기업이 들어오려하지
않고 있다는데서 잘 알수 있다.

91~93년 사이에 일본으로부터 아시아지역으로 나간 해외직접투자중
우리나라에 들어온 투자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새로운 차원의 규제완화작업을 추진함으로써 민간의 경제활동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초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고도기술산업들조차 해외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을 한단계 올려
놓을수 있는 호기가 도래하고 있는 시기에 이 기회를 우리나라의 여건
미흡으로 놓치지나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규제완화에 힘써 왔음에도 불구하고 왜 규제완화의
효과는 미흡한 것으로 느껴지고 있는가.

우선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핵심적인 규제들,즉 금융
토지 노동 가격 수도권억제 산업정책차원의 진입규제등의 정책적
규제들을 완화대상으로 삼기를 금기시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기분야의 규제들은 "덩어리"를 이루어서 민간의 경제활동을
이중 삼중으로 얽어매고 있는데 이들 규제가 풀리지 않는한 아무리 많은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민간이 규제완화의 효과를 느끼기는 힘든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완화대상 과제들은 절차상의 규제가 대종을 이루고
있어 건수만 늘어나고 실질적 효과는 적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둘째로 정부가 규제완화에 대해 분명한 의지와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채 많은 규제개혁계획들을 내놓고 있는 점도 그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정부이전에 추진되어 왔던 규제완화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지난
2년간의 규제완화추진에서도 초기에 내걸었던 범정부차원의 "탈규제"
"제로 베이스에서의 추진"등의 혁신적인 구호와는 달리 실제로 추진할
때에는 주로 규제담당부처가 자체 재량하에 개별규제위주로 완화대상을
논의,선정하여 추진하는 형태를 띠고 말았다.

더욱이 규제개혁을 밝힌 주요 계획안들이 그 자체가 절대적인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고 중요한 과제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일정이 밝혀져
있지 않거나 많은 전제조건을 붙임으로써 민간이 과연 규제완화가 실제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확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는 위원회들도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호
미루거나 부처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릴 때에는 으레 완화작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또한 규제완화의 결과 나타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 규제를 담당
하고 있거나 혹은 규제완화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공무원들만이 책임감을
느끼도록 되어 있어 실무공무원들의 규제완화에 대한 태도가 적극적이고
과감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뜩이나 규제완화작업을 담당한 공무원들은 규제담당 공무원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겪는 과정에서 상당히 지쳐 있다.

넷째로 행정규제를 직접 담당하는 일선 공무원들의 안일하고 보수적인
근무자세도 규제완화의 효과를 낮추고 있다.

지금까지 완화대상으로 선정된 과제중 많은 수가 아직도 미처리된
채 법률개정을 기다리고 있는가 하면,비록 법률 규정상 규제가 완화
되더라도 규제담당부처는 행정지도등을 통해 규제효과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선 담당공무원들은 완화된 규제내용을 모르고 있거나
아예 무시해 버리고 과거의 관행을 고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로 지난 2년간 규제완화작업이 꾸준히 추진된 반면 그동안
규제가 신설되거나 오히려 기존규제가 강화된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남으로써 애써 추진해온 규제완화의 효과가 반감되어 버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중대한 경제.사회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정부의 대응자세는
우선 규제를 강화해 놓으려는 태도를 보이게 되고 국회 언론등 사회
전체도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부추기게 마련이다.

그 결과 아무리 애를 써서 일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이렇게
완화된 형태의 규제를 지키고 각 부처들이 다시 규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견제하는 장치가 없는 한 규제는 다시 강화될 소지가 큰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