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지난 18일 금융기관경영인 조찬회에서
금융산업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금융서비스협상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앞두고 있어 국내금융산업개편을
마무리해야할 입장이다.

이날 홍부총리가 밝힌 금융산업개편방향에는 중요한 대목이 많으나
초점은 국내금융시장의 효율향상및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언급되지 않은 사항도 적지않은데 그중의 하나가 국내금융기관의
맏형격인 은행의 부실채권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점이다.

지난해말 현재 지방은행을 포함한 일반은행의 부실채권은 모두
1조8,526억원으로 총여신의 1%에 이르며 6개월이상 이자지급이 연체되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고정여신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실정이다.

이같이 막대한 불건전여신은 우리은행의 경쟁력강화에 아킬레스건으로,어떤
방식으로든 매듭을 짓지않을수 없다.

정책당국은 이미 지난해초에 가능한한 빨리 부실채권을 대손상각하기
위해 대손상각요건및 절차를 크게 간소화했다.

그리고 부실채권발생을 예방하기위해 은행경영공시제도를 강화했다.

그러나 최근 덕산그룹 유원건설등의 잇따른 부도사태에서 보듯이
이미 누적된 잠재적인 부실채권의 부담에서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점과 관련하여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7일 "은행의 산업자본참여와
경제성장"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은행부실채권의 주식전환및 은행의
기업경영참여를 주장한 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주장자체가 워낙 민감한 내용인데다 재경원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금융산업개편이
본격화되는 지금시점에 또다시 나왔느냐는 배경에 대해 의혹이 적지않다.

재경원이 은행과 업계의 반발을 피하면서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방안에도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 우리의 시각이다.

부실채권의 주식전환은 대출재원부족이라는 은행의 고민을 덜어주지
못하면서 부실기업에 대한 은행개입만 확대될 우려가 크다.

금융기관인 은행의 실물경제에 대한 정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는데다
자칫하면 경쟁기업과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릴수 있다.

뿐만아니라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라는 명분으로 산업자본의 은행경영참여는
막으면서 은행의 기업경영을 허용하는 것은 자칫하면 정부가 은행을
통해 기업을 통제하려한다는 의심을 받을수 있다.

강바닥에 토사가 쌓이면 조금만 비가 와도 강물이 넘치듯이 부실채권은
건전한 은행경영에 암적인 존재로,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부실채권의 주식전환및 은행의 기업경영참여는 자칫하면
기업의 반발을 불러 경제에 큰 충격을 줄수 있고 은행부실을 가속화할수도
있다.

이보다는 채권발행을 통한 부실채권의 유통화같은,보다 덜 충격적인
방안으로 은행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