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홀로서는 비교적 거리가 짧아 아멘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과
비슷하다.
그린앞에 개울이 있는 것까지 유사하다.
다만 개울 바로 건너 그린의 턱이 개울쪽으로 훨씬 경사져 있고
그린마저 중간부분에서부터 개울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홀컵을 그린
앞쪽에 두는 경우 투온을 노린 세컨드샷이 그린에 떨어지더라도
물귀신이 되어 버릴 위험이 많다.
지난해 매스터즈 첫날의 일이다.
톰 왓슨은 14번홀까지 4언더로 선두에 서서 그의 올드팬들을 한껏
즐겁게 했다.
왓슨은 15번홀에 이르러 투온을 노리는 득의의 세컨드샷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세컨드샷은 그린을 오버했고 그가 칩샷한 서드샷은
홀컵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더니만, 그만 홀컵을 스쳐 지났다.
그볼은 멈출듯 멈출듯 계속해서 굴러갔다.
갤리리들은 이를 보고 "스톱! 스톱!"하며 마치 자신의 볼이기라도
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은 멈추지 않은채 계속해서 구르더니 드디어
그린턱에 이르러서는 갑자기 속도를 내어 물속으로 퐁당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왓슨의 볼이 물귀신이 됨으로써 어부지리로 선두가 되어 뒷따라
오던 래리 마이즈도 예의 15번홀에서 제물이 되고 말았다.
또 그 뒤를 이어 그레그 노먼의 세컨드샷이 물에 빠졌다.
오거스타의 15번홀은 이렇게 하여 그해의 매스터즈가 시작되기전에
우승확률이 가장 높다고 평가되던 몇몇 선수들의 사기를 초반에
박살내 버렸다.
그런데 94년 매스터즈의 챔프인 올라사발은 셋째날까지 15번홀에서
세컨드샷이 그린을 오버하거나 칩샷이 불안했고 퍼팅도 짧아 겨우겨우
파세이브를 함으로써 언제나 갤러리들로 하여금 가슴을 죄게 했었다.
그러다가 마지막날 아멘코너를 돌아나오며 선두에 올라선
올라사발은, 예의 그 15번홀에 이르러 205야드를 남겨둔 5번아이언
세컨드샷이 첫날 래리 마이즈의 그것과 같이 약간 짧은 것이었음에도
불구, 운좋게 볼이 그린 전방 에지에 멈추어 이글 찬스를 맞이하였다.
그의 9m를 웃도는 이글퍼팅은 운집해 있던 갤러리들로 하여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성을 지르지 않을수 없게 하는 기막힌 것이었다.
그리고 올라사발은 챔피언이 되었던 것이다.
확실히 골프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경기이고 오거스타의 15번홀은
이를 보여 주는 잔인한 홀임에 틀림없다.
골퍼들도 흔히 "골프라고 하는 것은 다른이에게는 행운으로 가득차
있고 자신만은 악운이 넘치는 경기이다"라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이같은 행운과 불운에 대해,일찍이 호라스 허치슨은 "골프는
운이 따르는 것이지만 좋든 나쁘든 운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평등한 것"이라고 전제,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을 투덜대는 것은
나쁜 버릇이며 또한 상대의 행운을 시샘하는 것은 더 나쁘다"고
지적한바 있다.
운도 골프의 "영원한 일부"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