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팬 파운데이션(Japan Foundation)의 지원으로 일본 와세다대학
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다 최근 귀국한 노부호교수(서강대경영학)가 ''엔고에
따른 일본기업의 환경변화와 기업경영''을 주제로한 글을 기고했다.
이글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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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기업경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엔고 현상일 것이다.
최근엔 80엔 마저도 붕괴되고 있는 실정인데 구매력 평가는 1백83엔정도로
나와있다.
이렇게 실제환율이 구매력평가와 2배이상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일본산업의 2중구조 때문이다.
즉 국제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부문과 국제경쟁에 노출되어 있지
않은 부문간에 생산성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미국과 비교한 일본산업의 생산성은 농업이 미국의
13.8%,운수 32.1%이고 화학은 1백4.9%,1차금속 1백11.7%,기계기구는
1백33.4%등으로 나와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엔고현상은 이와같이 국제경쟁에 노출된 생산성이
높은 산업이 주도하는 수출에 의한 무역수지 흑자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의 문제는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구매력평가와 환율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한편 생산성이 낮은 산업은 인허가및 가격통제와 같은 정부규제가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를
풀고 수입등 개방정책으로 경쟁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매력평가와 환율의 차이는 내외 가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본경제
고비용구조의 원인의 하나이고 일본국민의 실질 생활수준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원재료를 수입하고 가공하여 완제품을 수출하는
세계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모든것을 다하는 " Full set
policy "를 채택하여 왔으나 이제 엔고로 모든것을 다하기보다 경쟁력있는
산업만 한다는 산업구조및 전략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후 50년만에 구조개혁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다.
엔고의 결과 나타나는 현상은 일본정부의 수입촉진시책을 포함한
개방확대정책이다.
개방확대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유통구조의 변화다.
제조업자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대형 소매점중심의 유통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마쓰시타는 위탁판매하는 2만4천여개의 대리점을 갖고 판매가격을
관리하면서 가전제품을 유통해 왔는데 이러한 유통구조에 다이에,이토요카도
와 같은 대형 소매점의 등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마쓰시타가 다이에상표로 다이에 소매점을 통해서 자사제품을
팔지 않을수 없게 되었고 제조업체 중심의 대리점 체제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70년대 초에는 마쓰시타가 이러한 다이에의 제의를 거절했지만
이제는 대형 소매점의 강력한 판매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대형소매점의 판매력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자와의
직거래를 통한 마진 제거와 효율적 재고관리에 의한 원가 절감,세계적
구매및 PB(자기 상표)상품 개발에 의한 저가의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는데
있다.
예를 들어서 다이에는 Agfa 필름을 대량 구매하여 기존 상품 보다
40%이상 싸게 판매함으로써 기존 후지 코니카 코닥등의 제조업자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일본은 지금 3고 현상을 겪고 있다.
그 첫번째는 이미 설명한 바 있는 가전 자동차와 같은 개방된 산업의
경쟁력에 의해서 초래되는 엔고이고,두 번째는 규제와 보호하에
있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 때문에 발생하는 높은 인건비 자재비 건설비
유통서비스 비용 등이다.
셋째는 지금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지가이다.
예를 들어서 92년 현재 일본의 지가는 미국 지가의 약90배로 일본
국토 전체의 지가가 미국 전체 지가의 3.6배에 이르고 있다.
또한 85년부터 90년까지 지가상승률은 2백배인 반면 명목임금 상승률은
20배이다.
이와같이 일본인은 토지에 구매력을 상당 부분 빼앗기기 때문에
미국 보다 평균 50%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도 풍요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기업의 조세부담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고 금융거래비용도
높아 제조업의 공동화뿐만 아니라 정보 통신 거점으로서,또한 국제
금융시장으로서 지위가 저하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단순히 노동집약적 부문이 해외로 이전하고 국내에서는
첨단 산업이 남아 고용을 흡수하는 공동화가 아니라 생산성이 낮은
부문이 정부의 규제와 보호 속에 국내에 남고 그것에 의해 발생하는
고비용구조 속에서 국내에 남아 있어야 할 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공동화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높은 토지가격 때문에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는데
국내에 남아 있는 기업은 대도시 교외나 지방으로 본사나 공장을
옮기고 있다.
교외나 지방은 지가뿐만 아니라 설비 투자액과 인건비도 낮기 때문에
기업의 손익 분기점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서 고용자 1인당 소득은 도쿄가 6백60만엔,미야기현이나
북해도는 4백30만엔으로 지방이 도쿄의 3분의2수준이다.
그러나 일본기업본사는 대부분 도쿄에 집중되어 있어 이것이 화이트칼라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이유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외나 지방으로 나가면 사원의 통근 시간은 도쿄의 반정도이고
1인당 사무실 공간도 3배로 불어난다.
또한 교외나 지방은 첨단산업이 필요로 하는 종업원의 창조성 발휘에
도움이 되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 일본에서는 지방도시나 대도시 교외에 소매업
외식업 물류업등 서비스업과 하이테크 산업등이 증가하여 이 지역의
고용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방도시와 대도시교외의 인구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버블경기로 지가가 상승하기 시작한 86년이후 도쿄권(도쿄와 그
주위지역)의 전입초과인구는 감소추세에 있고 93년에는 5천1백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은 55~75년 사이에는 9%의 성장을 했고 75~95년 사이에는 4.3%의
성장을 했으나 95년이후에는 2.5%의 낮은 성장이 예상되는 성숙
경제로 접어들었다.
성장 경제와는 달리 성숙 경제에는 기업내에 승진기회가 감소하고
만들면 팔리는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으면 잘 팔리지 않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또한 성숙경제하에서는 시장과 고객의 2중구조가 발생한다.
이제 소비자는 풍부한 구매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가격과 상품가치의
균형을 추구하는 보다 실용적 구매를 하여 과거와 같은 브랜드위주의
구매를 탈피해 나가고 있다.
선도소비자들은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개성적 구매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는 이와같이 대중 소비자와 선도소비자로 나누어진다.
대중소비자는 표준화된 제품을 실용적 관점에서 구매하고 기업은
기존 시장에서 원가 경쟁을 통해서 점유율을 확보하는 양적 경쟁을
한다.
선도소비자는 자기 개성에 맞는 고객화된 제품을 구매하고 기업은
연구개발을 통해서 품질에 중점을 두는 획기적 신상품을 개발하면서
신시장을 개척하는 질적 경쟁을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