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가스밸브가 열린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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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개탄하고 질책하는 글을 쓰고 읽는 것도
지겨운 일이 되었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겨우 정신돌릴 만하면 더욱더 끔찍한 사고가
터지니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가스 저장탱크가 폭발해 대형참사가 빚어진지
5개월도 채 못돼 이번에는 대구시내 한 지하철공사장에서 국내 지하철공사사
상 최대규모의 사고가 터졌다.
아침 러시아워에 도시가스관이 폭발해 90여명의 무고한 인명과 엄청난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간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포크레인이 가스관을
잘못 건드렸건,아니면 가스관 자체의 누출사고건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사고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인재라는 점에서 그저 망연해질
뿐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건설회사의 설계및 시공능력을 고려하지도 않고
전국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지하철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각종 위험시설이 매설돼 있게 마련인 지하철공사장은 그간 크고
작은 사고의 온상이 되어왔다.
내년에는 대전 광주에서도 지하철공사가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전국이
사고위험지역안에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시민의 생활이 이처럼 대형사고 위험앞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돼
있는 데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일이 터질 때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만을 되풀이하는 것 뿐이다.
이제 그와 같은 약속이 모두 입에 발린 말이었다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한탄만을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먼저 모든 대형공사장에서 시설물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고원인은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 있다.
이번 사고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공사장에서는 가스관 수도관 통신케이블 등의 매설지도를 확보해
공사관련자들로 하여금 이를 숙지토록 해야할 것이다.
또 가스안전공사등 관련기관의 안전투자를 대폭 늘려 안전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장안전관리를 무자격 임시직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현장점검이 제대로 될수가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융통성이 가져다준 반갑지
않은 선물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가스관의 밸브가 느슨해진 듯한
분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밸브를 조일 위치에 있는 공직자에서부터 공사장의 잡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정신적인 안정감을 잃고 제 할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성적으로 대형참사의 불안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삶은 분명코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화된 삶"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전근대적 "적당주의"를 다스리지
않고서는 세계화의 발걸음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제 인재방지를 위해 배수진을 쳐야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
지겨운 일이 되었다.
그것도 한두번이지 겨우 정신돌릴 만하면 더욱더 끔찍한 사고가
터지니 정말 할 말을 잃게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도시가스 저장탱크가 폭발해 대형참사가 빚어진지
5개월도 채 못돼 이번에는 대구시내 한 지하철공사장에서 국내 지하철공사사
상 최대규모의 사고가 터졌다.
아침 러시아워에 도시가스관이 폭발해 90여명의 무고한 인명과 엄청난
재산을 순식간에 앗아간 것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포크레인이 가스관을
잘못 건드렸건,아니면 가스관 자체의 누출사고건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사고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인재라는 점에서 그저 망연해질
뿐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건설회사의 설계및 시공능력을 고려하지도 않고
전국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 식으로 지하철공사를
진행하다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각종 위험시설이 매설돼 있게 마련인 지하철공사장은 그간 크고
작은 사고의 온상이 되어왔다.
내년에는 대전 광주에서도 지하철공사가 시작될 예정으로 있어 전국이
사고위험지역안에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시민의 생활이 이처럼 대형사고 위험앞에 무방비적으로 노출돼
있는 데도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일이 터질 때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만을 되풀이하는 것 뿐이다.
이제 그와 같은 약속이 모두 입에 발린 말이었다고 단언하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한탄만을 늘어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먼저 모든 대형공사장에서 시설물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고원인은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데 있다.
이번 사고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공사장에서는 가스관 수도관 통신케이블 등의 매설지도를 확보해
공사관련자들로 하여금 이를 숙지토록 해야할 것이다.
또 가스안전공사등 관련기관의 안전투자를 대폭 늘려 안전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현장안전관리를 무자격 임시직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어서는
현장점검이 제대로 될수가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융통성이 가져다준 반갑지
않은 선물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가스관의 밸브가 느슨해진 듯한
분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밸브를 조일 위치에 있는 공직자에서부터 공사장의 잡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정신적인 안정감을 잃고 제 할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성적으로 대형참사의 불안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삶은 분명코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화된 삶"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전근대적 "적당주의"를 다스리지
않고서는 세계화의 발걸음은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이제 인재방지를 위해 배수진을 쳐야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