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생산망 구축이 최대 걸림돌"(이필곤회장)
삼성자동차의 "아킬레스건"은 역시 부품이다.

기존업체와 거래중인 부품업체를 끌어들이기가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2만여종이나 되는 자동차부품을 모두 자체 생산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삼성이 부품업체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기존 완성차메이커가
협력업체 이탈을 철저히 단속하고 있기 때문.기존업체들의 압력으로
삼성에 부품을 납품키로 했던 H공업등 10여개 부품업체가 계약을
파기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직전까지 갈 정도다.

삼성은 1차 부품업체수를 기존업체의 2분의1~3분의1 수준으로 끌고
나가겠다고 말한다.

1백50~2백개선이다.

"협력업체들을 대형화 전문화할 계획"(이회장)이기 때문이다.

중치적 부품조달(모듈)방식 체제를 초기부터 도입해 가겠다는 복안이다.

다시말해 부품을 상당부분 협력업체에서 조립해 덩어리째 들여오는
방법이다.

그러나 삼성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2백개이상의 부품업체는
필요할 것"(현대경제사회연구원 신승철책임연구위원)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 부품업체 수준이 모듈방식을 당장 도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삼성은 이미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어 꽤 많은 부품업체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승용차와 상용차는 부품구조부터가 다르다.

기아그룹의 예가 이를 반증한다.

승용차를 생산하는 기아자동차의 1차 부품업체는 3백37개사.이중
상용차메이커인 아시아자동차에도 납품을 하고 있는 업체수는 71개사에
불과하다.

아시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수가 4백10개사인 점을 감안할때 불과
17%만이 승용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을뿐이다.

월평균 2백여대의 대형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계열부품업체가 삼성자동차에 기여할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삼성은 계열업체인 삼성전기에 AP( Auto Parts )팀을
가동하는등 삼성자동차 부품총괄부서와 함께 부품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부산공장 옆의 녹산공단 16만4천평 부품단지에 "베이스 캠프"를
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선정된 부품업체는 경험이 거의 없거나 경쟁에서 소외된 업체들도
있지만 기존업계의 협력업체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부분 이같은 사실은 밖으로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과의 계약사실을 미리 공개해봤자 기존업체의 미움만 살 것이고
잘못하면 삼성이 승용차를 생산하는 98년초까지 일감을 놓칠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심지어는 "아예 별도의 회사를 설립해 놓았다"(T공업 L사장)는 이야기
처럼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삼성과 계약을 해놓은 부품업체도 많다
는게 업계에 떠도는 소문이다.

이들은 삼성이 생산준비를 완료하는 97년4월경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할게 분명하다.

이런 방법을 통해 삼성과 연을 맺은 업체들로는 스트링 알루미늄휠을
생산할 S정밀,카에어컨 발전기를 생산할 P전기,케이블류를 생산할
K산업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부족하긴 하지만 삼성자동차는 현재 1백10개의 부품업체를 확보해놓고
있다.

이숫자는 부산시가 최근 삼성승용차 협력사로 지정된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드러난 것으로 모두가 부산지역에 위치한
부품업체수이다.

다른 지역에 위치한 업체를 합친다면 확보된 부품업체는 적어도
1백20~1백30개정도는 될거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삼성이 확보해야하는 부품업체수와는 큰 차이가 난다.

"늦어도 4월말까지는 부품업체 선정을 끝내려 했으나 6월말까지로
늦췄다"(이회장)는 설명에서 삼성의 어려움을 실감할수 있다.

결국 삼성은 삼성전기외에도 제일모직등 모든 계열사가 동원될
것이 분명하다.

유니시아젝스 칼소닉등 닛산계 부품업체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일본
현지부품연구소도 조기 설립하는 방안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