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통화블록 시대' .. 유화선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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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고행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엔고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엔고는 분명 과거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엔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선 뛰는 속도가 전례없이 빨라졌다.
전후 엔화값은 크게 보아 4차례의 급등기를 가졌지만 불과 3~4개월 사이에
20%정도나 수직 상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엔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미국이 "나 몰라라"하고, 일본도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엔고의 원인은 아주 간단히 설명돼 왔다.
흑자가 쌓여만 가는 일본과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경제의 "합작품"이 바로
엔고라고.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 "초고속"과 "무대책"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엔고를
이해할 수는 없다.
뭔가 감춰진 원인이 있을게다.
그건 아마도 지역주의라는 블록화현상이 통화부문에까지 파급된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름하여 "통화블록화"라고나 할까.
먼저 미달러화의 "지역주의 노선"부터 들여다 보자.
엔고-달러저의 발단은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이었다.
페소화 폭락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비롯됐다.
NAFTA로 인해 멕시코는 대미수입이 급증했고 그에따라 경상적자가 불어
났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멕시코는 고금리정책을 취했고 고금리를 따라 해외
단기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그런데 페소화가 불안해지자 단기자금은 언제 그랬느냐 싶게 미국 등으로
다시 빠져나가 버렸다.
미국으로선 멕시코의 통화위기를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동맹국인 멕시코를 지원하는데 팔을 걷어붙였고, 그 결과가 엔고-
달러저로 나타난 것이다.
달러저를 막기위해 금리인상을 해도 몇번 했을 법도 한데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멕시코로부터의 자금유입은 더욱 심해질게 불문가지
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달러지지보다 NAFTA 유지를, 말하자면 통화블록주의를
택한 셈이다.
미달러화가 이렇게 북미 중남미 지역에서 블록을 치는동안 엔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위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일본의 대아시아 수출비중이 높아진 것은 논외로 치자.
일본이 교역상대국들에 엔화결제를 세게 요구한다는 사실도 접어두자.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달러
에서 엔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페소화 폭락은 마르크화 중심의 유럽 통화블록도 한층 강화시켰다.
스페인의 페세타, 포르투갈의 에스쿠도등 유럽내 약세통화를 강타하는등
유럽 환율안정장치(ERM)의 기준환율을 절하시켰다.
결과는 마르크고로 이어졌다.
이는 유럽 통화통합을 늦출수도 있으나 유럽 전역을 마르크 블록화할
가능성을 더해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통화블록화 조짐은 선진국간 정책협조의 공동화현상과 시장메커니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책협조의 공동화는 85년 플라자합의이후 "이렇다 할 만한"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이 없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자금시장 분단현상"도 통화블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85년 구엔고땐 일본의 흑자가 미국등으로 환류되면서 엔고를 멈추게 했으나
신엔고상황에선 그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달러가 휴지조각이 돼가는 상황에서 미재무부증권등 달러표시채권에 투자할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77년이후 5,850억달러의 환차손(일본경제
신문)을 보아온 터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력이 GNP기준으로 세계의 30% 수준인데도 달러가 세계
준비통화의 60%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이렇게 보면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라기 보다는 미주지역을 대표하는
통화에 불과하고 아시아에선 엔이, 유럽에선 마르크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돈값은 한나라의 경제력을 대변한다.
20~30년전 한국의 원화나 일본의 엔화가치는 그게 그거였다.
예컨대 지난 71년 1달러당 원과 엔의 공정환율은 각각 341원과 360엔
이었다.
그러나 지금 원화는 엔화의 10분의1 수준으로 내려갔으니 한마디로 말해
창피한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엔고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예나 다름없다.
"엔고=기회"라는 등식에만 매달려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회는 전략이 있어야만 활용될 수 있다.
지역주의와 맞물려 있는 통화블록 아래에서의 초엔고시대엔 특히 그렇다.
"엔고=위기"라는 등식하에 짜여진 정부와 기업의 치밀한 전략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4일자).
물론 엔고현상은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엔고는 분명 과거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엔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선 뛰는 속도가 전례없이 빨라졌다.
전후 엔화값은 크게 보아 4차례의 급등기를 가졌지만 불과 3~4개월 사이에
20%정도나 수직 상승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엔화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미국이 "나 몰라라"하고, 일본도 "무책이
상책"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엔고의 원인은 아주 간단히 설명돼 왔다.
흑자가 쌓여만 가는 일본과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경제의 "합작품"이 바로
엔고라고.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 "초고속"과 "무대책"으로 특징지어지는 신엔고를
이해할 수는 없다.
뭔가 감춰진 원인이 있을게다.
그건 아마도 지역주의라는 블록화현상이 통화부문에까지 파급된데 있지
않을까 싶다.
이름하여 "통화블록화"라고나 할까.
먼저 미달러화의 "지역주의 노선"부터 들여다 보자.
엔고-달러저의 발단은 멕시코 페소화의 폭락이었다.
페소화 폭락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비롯됐다.
NAFTA로 인해 멕시코는 대미수입이 급증했고 그에따라 경상적자가 불어
났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멕시코는 고금리정책을 취했고 고금리를 따라 해외
단기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그런데 페소화가 불안해지자 단기자금은 언제 그랬느냐 싶게 미국 등으로
다시 빠져나가 버렸다.
미국으로선 멕시코의 통화위기를 "강건너 불구경"으로만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동맹국인 멕시코를 지원하는데 팔을 걷어붙였고, 그 결과가 엔고-
달러저로 나타난 것이다.
달러저를 막기위해 금리인상을 해도 몇번 했을 법도 한데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금리를 인상할 경우 멕시코로부터의 자금유입은 더욱 심해질게 불문가지
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달러지지보다 NAFTA 유지를, 말하자면 통화블록주의를
택한 셈이다.
미달러화가 이렇게 북미 중남미 지역에서 블록을 치는동안 엔화는 아시아
지역에서 지위를 공고히 해가고 있다.
일본의 대아시아 수출비중이 높아진 것은 논외로 치자.
일본이 교역상대국들에 엔화결제를 세게 요구한다는 사실도 접어두자.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외환보유고를 달러
에서 엔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페소화 폭락은 마르크화 중심의 유럽 통화블록도 한층 강화시켰다.
스페인의 페세타, 포르투갈의 에스쿠도등 유럽내 약세통화를 강타하는등
유럽 환율안정장치(ERM)의 기준환율을 절하시켰다.
결과는 마르크고로 이어졌다.
이는 유럽 통화통합을 늦출수도 있으나 유럽 전역을 마르크 블록화할
가능성을 더해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통화블록화 조짐은 선진국간 정책협조의 공동화현상과 시장메커니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책협조의 공동화는 85년 플라자합의이후 "이렇다 할 만한"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 회담이 없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자금시장 분단현상"도 통화블록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85년 구엔고땐 일본의 흑자가 미국등으로 환류되면서 엔고를 멈추게 했으나
신엔고상황에선 그것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달러가 휴지조각이 돼가는 상황에서 미재무부증권등 달러표시채권에 투자할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이 있겠느냐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77년이후 5,850억달러의 환차손(일본경제
신문)을 보아온 터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력이 GNP기준으로 세계의 30% 수준인데도 달러가 세계
준비통화의 60%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다.
이렇게 보면 달러화는 세계의 기축통화라기 보다는 미주지역을 대표하는
통화에 불과하고 아시아에선 엔이, 유럽에선 마르크가 그 지역을 대표하는
통화로 부상하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돈값은 한나라의 경제력을 대변한다.
20~30년전 한국의 원화나 일본의 엔화가치는 그게 그거였다.
예컨대 지난 71년 1달러당 원과 엔의 공정환율은 각각 341원과 360엔
이었다.
그러나 지금 원화는 엔화의 10분의1 수준으로 내려갔으니 한마디로 말해
창피한 일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엔고를 보는 우리의 시각은 예나 다름없다.
"엔고=기회"라는 등식에만 매달려 떠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기회는 전략이 있어야만 활용될 수 있다.
지역주의와 맞물려 있는 통화블록 아래에서의 초엔고시대엔 특히 그렇다.
"엔고=위기"라는 등식하에 짜여진 정부와 기업의 치밀한 전략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