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북미경수로전문가회담 결렬과 관련, 정부는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
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북한과의 협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미일 3국은 북미간 대화수준을 격상, 강석주북한외교부부부장
과 로버트갈루치미핵대사간의 고위급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당국자는 21일 비공식논평을 통해 "비록 이번 회담이 결렬됐으나
베를린 전문가회담이 종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정부는 지금까지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이 5MW급 실험용원자로에 핵연료를 재장전하는등
북미제네바합의의 일부라도 깰 경우에는 한미일이 보조를 맞춰 즉각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따라 북한이 경수로공급협정 체결기한인 21일(한국시간 22일 자정)이후
연료재장전등 핵동결조치를 해제할 경우 북핵문제는 또다시 긴장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의 회담결렬선언으로 이날 통일원 외무부등 관계부처는 긴급대책회의를
가졌으며 공노명외무장관은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차후대책을
논의했다.

공장관은 또 제임스레이니주한미대사 야마시타신타로 주한일본대사를
차례로 만나 3국간 대응방안을 숙의했다.

한편 나웅배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은 이날오전 한국지역정책연구원이 하얏트
호텔에서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이번 회담결렬은 당초 제네바합의 이행구도
가 북미간 회담형식으로만 진행된 잘못에서 비롯됐다"며 "남북당사자및
미국과의 회담이 병행돼야 북핵문제가 풀릴수 있다"고 말했다.

< 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