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가격이 70엔대를 넘나들면서 80엔대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엔고와 달러하락은 우리시장에서도 원화환율 급변으로 이어져 달러가치는
떨어져 원고를 재촉하고 엔화가치는 올라 대일의존 산업체제의 코스트를
하루가 다르게 높이고 있다.

슈퍼 엔고를 둘러싼 미.일간의 무역마찰은 경제현상에 대한 시각차이를
넘어 이제는 양국간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도 달러약세 지속을 원하지 않아 무한정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무라야마정권은 업계의 곤경을 도와줄 묘책이
없고 다른 나라로부터의 협조기대가 어려워 "고심"에 빠져 있다.

일본이 1,32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대폭 감축하려는
과감한 엔고대책을 쓰지 않는 한 슈퍼 엔고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1%대의 경제성장 둔화속에서도 계속되는 무역수지 흑자를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의 자동조절 기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70엔대의 슈퍼 엔고가 와도 일본기업은 뛴다.

어려울수록 더 뭉치고 불가능할수록 참고 때를 기다리는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리를 미.일 정책당국자들이 간과하고 있다.

규모를 키우면 비용이 떨어지고 사업을 묶으면 혁신제품이 나오는
한 일본 기업인들의 생존을 위한 집념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85년 플라자합의가 엔화값을 두배로 올렸어도 일본의 무역흑자가
줄기는 커녕 엔고를 이용한 미국의 자산매입과 동남아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10년후 오늘의 슈퍼 엔고를 다시 가져왔다.

미국의 일본에 대한 통상압력은 일본기업을 더욱 강하게 하고 극한수준에
도전하는 초기술개발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미국이 달러하락을 계속 방치한다면 일본의 국내 총생산액이 환율
79엔대에서 5조5,000억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한 일본신문의 최근 시산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이경우 일본은 세계 최대 금융채권국이면서 절반의 인구로 두배의
고소득을 누리는"미국을 앞선 일본"이 될 것이다.

뒤바뀐 미.일 경제강국 순위는 양국간의 자존심싸움을 부채질하여
세계경제 질서에 일대 혼란을 가져올 것이며 이에 따라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개발도상국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슈퍼 엔고로 증폭될 미.일 갈등과 개도국의 피해를 줄이는 일에
한국이 나서야 한다.

달러가치 하락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적자로 반전되고 엔고의 지속으로
대일적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지금이 동아시아 성장경제권을 위해
한국이 일본의 "경쟁과 협력"의 동반자로 다시 태어날 때이다.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수출이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미국으로
수출된다면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는 줄어들 것이고 슈퍼 엔고행진도
멈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동아시아 여러 나라로의 동반진출이
이루어지고 이들의 시장수요 흡수자가 된다면 새로운 한.일 동반관계는
가난했던 동아시아 경제에 "성장의 불"을 지피는 엔진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