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녀, 임마, 나는 코주부다음이여, 야, 코주부, 뭐하는겨, 빨리쳐,
임마"
이같은 대화는 중학교학생들의 딱지치기놀이에서나 들을만한
대화이리라. 아니 그보다 국민학교학생들의 놀이에서나 들을만한 대화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분명 필자는 이 대화를 파란 필드에서 골프채를 잡고있는
이미 고교생이나 대학생을 자식으로 두고있는 오십먹은 어른들사이에서
듣고있다.
그들은 이름하여 "삼팔회" 회원들이다.
청주중 고교출신임에 긍지를 느끼고 있는 촌놈들의 골프모임이다.
어언 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죽마고우들의 모임.
눈이 쌓인 겨울철과 비오는 장마철을 제외하면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필드에 나가 모두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보는 "애어른"들의 모임.
그리하여 어느덧 60회라는 모임횟수를 쌓은 돈독한 모임이다.
"삼팔회"라는 이름에는 결코 삼팔선을 없애고 통일을 이루어내자는
엄청난 의작 담겨있거나 삼팔따라지인생들이 모였다는 초라한 자기비하의
뜻이 담겨있지는 않다.
다만 청주고38회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을 이루었기에 지어진
소박하고 단순한 명칭이다.
이용우(대구중앙청과대표) 정봉규(공영엔지니어링대표)
김용 (세원합판대표) 손희주(KESS전자대표)
홍봉표(럭키시리콘 충북대리점대표).
우리회원들은 사회각분야에서 자기나름대로 전문인임을 자부하는
친구들로 서울 청주 대구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기에
모임의 장소역시 이번엔 서울, 다음엔 청주, 그다음엔 대구식으로의
골프투어를 하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각지방의 토속음식과 명소를 만나는 플러스알파의 즐거움도
맛본다.
물론 우리가 6년동안 예순번만 만난것은 아니다.
회원들의 애경사를 모두가 자신의 일처럼 돌보다보니 아마도 헤아릴수는
없지만 몇백번의 모임을 가졌으리라.
시내외각을 흐르던 무심천이 이제 중심을 가로지르는 개울이 되어버릴
만큼 커져버린 청주, 하지만 우리에겐 지금도 우암산 무심천 남쪽들판이
포근히 둘러싸인 옛청주의 모습이 간직돼있어 거기서 뛰어놀던 옛추억이
가슴에 남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모임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필드에 게임을
할때이다.
충청도 토속사투리와 옛별명들의 약속도 없이 툭툭 튀어나오면서
중고교때의 악동들로 되돌아간다.
그것은 필경 사업이나 직장, 가정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하얀 골프공과
함께 저멀리 힘껏 날려버리는 행방감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삼팔회여! 나이를 먹을수록, 횟수를 거듭할수록 동심으로, 동심으로
돌아가거라.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