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강정. 요즘 증권사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결산을 한 결과 지난해 증시활황 덕택에 상당한 흑자를 냈으나 손에
쥐는 돈은 없고 자금압박만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속되고 있는 조정장세에 따라 거래량이 하루 2천만주를
밑돈 지가 벌써 3개월째인데다 고객예탁금마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증권사들은 벙어리 냉가슴들이다.

매매수수료에 매달려 살고 있는 증권사로써는 수수료수입격감으로
사실상 지점운영비조차 건지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수우위키로 자율결의해 둔데다 주가하락으로 시장유동성마저
뚝 떨어진 상황이고 보니 보유상품을 내다팔아 급한 자금을 융통해
쓸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비싼 이자를 물고서라도 자금시장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

작년에 열심히 일한 직원들에게 성과급이라도 주고 싶으나 자금사정이
이러고 보니 빚을 얻어서 생색을 내야 할 판이라고 어느 증권사임원은
푸념한다.

정부가 규제완화라고 해서 증권사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는 줬으나
정작 증권사들이 기회를 활용할 여력은 없다.

때문에 증권사임원들은 정부만 좋은 일 한 셈이됐다면서 증권사사정을
몰라주는 정부를 원망하는 반응들이다.

자금사정과 관련,정작 증권사가 필요로 하는 규제해제를 해줘야
한다는 비난의 소리도 곁들여지고 있다.

증권사도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도 채권을 발행하거나
국제화에 걸맞게 해외기채를 통해 직접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등이 금융채를 발행 할 수 있는데 증권사들은 왜 증권채를 발행할
수 없는냐는 원성이다.

사실 국내산업구조면에서 금융산업이 낙후돼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증권산업은 유난히 많은 규제를 받고 있어 가장 발달이
뒤쳐져 있는 형편이다.

증권가사람들은 관리들이 증권시장을 투기시장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풀이한다.

때문에 관리들의 인식전환이 없는 한 이같은 사정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자포포기하는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증권채발행여부는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2차 증권사업규제완화조치에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정책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시시기가 중요하다.

정부가 소잃고 외양간고치거나 뒷북치는 꼴을 너무 자주 보아 왔다.

증권사들이 심한 목마름에 시달리고 있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