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부산항의 체화를 완화하기 위한 응급조치를 부랴부랴
서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2일 열린 관계자회의는 급한대로 8부두 군용시설을 민용 컨테이너부두로
활용하면서 7부두 확장의 조기완공등 시설확충을 앞당기기 위한
비상대책위를 가동키로 했다.

군용시설의 민간활용은 사회자본의 효용극대화를 위해 군작전에
지장이 크지 않는 한 부두외의 다른 시설에도 확대적용할 타당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정도의 비상대책으로는 일본 고베항 지진피해 이후 심화일로에
있는 부산부두 체선사태의 해결에 턱없이 미흡하여 잘못하다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형국도 안되겠다.

급히 손을 쓴다 해도 현장의 사정은 유력항로에 정기취항한 외국
선사들이 이미 부산기항을 중단하지 않을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물론 멀지 않은 고베항의 피해복구를 염두에 두면 최근의 외국선
기항증가에만 맞추어 시설을 늘리는 일은 무모하다.

하지만 부산항 적체가 감내한계를 넘어선지는 이미 오래다.

밀리는 사회간접자본 전반의 한계노출과 그로 인한 장기적 폐해에
심각한 경고가 발해졌던 80년대초로 소급된다.

그중에 부산항이 포함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투자 순위에서 밀린 근본원인을 따지자면 뭣보다 단기에
성과를 과시하려는 정당성 없는 정권의 단견에 상당부분이 돌아갈수
밖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로도 이어진다.

가장 높은 국민의 지지속에 출범한 새정부집권 2년여 동안에도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본격적 회복이 지지부진한 저간의 사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재정투자 여력의 한계로 민자의 SOC건설 참여를 허용하자는 대안이
몇년째 논의되면서도 그 본질적인 정당성에 대해서조차 명쾌한 결론이
나지 않고있는 상태 아닌가.

정부가 국제화 세계화를 소리높이 촉구하는 사이에 이미 WTO체제는
전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새 환경속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필요한 수단과
방법의 확충에는 행동이 결여된 채 말만 앞서고 있는 것이다.

저달러 초엔고만 하더라도 한국경제에는 위험과 함께 기회가 동시에
찾아온다.

선견력으로 치밀한 준비를 갖추고 있으면 기회가 되고 경쟁에서
이긴다.

수출입화물 컨테이너 수송을 감당할 도로 항만및 부대시설은 기초적인
준비태세라 볼수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태부족한 상태를 그렇게 오래 방치함으로써 굴러오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급한게 부산항 한군데만이 아니다.

3면의 해항은 해항대로,공항은 공항대로,육로는 육로대로 적체 아닌
곳이 없으며 시설노후로 기능발휘를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다.

휴전선 너머로 육로가 연결되지 않는 한 한반도는 말그대로 섬이다.

그런 지리에서 앞이 내다보임에도 최대관문의 시설조차 서로 밀다가
방치해 저 지경으로 낙후시켰다면 그 책임은 높은데서 묻어야 마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