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중옥 < 부산공업대 교수 / 경영학 >

글로벌화로 대변되는 세계경제의 새질서는 적자생존의 원칙만이 통하는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로 인한 기업의 국내외 경쟁은 "쌍방간 국지전"이 아닌 "다자간 전면전"
의 양상을 띠고 있으며 글로벌시대의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기업
환경의 분석과 예측을 통해 21세기 글로벌시장에서 승자가 될수있는 대안들
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글로벌 경영을 위한 대안의 제시에 앞서 먼저 논의돼야 할
사항이 몇가지 있다.

첫째 우리의 기존의식과 관행을 모두 없애고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생각하는 경영의식의 혁신적인 전환이 시급하다는 사실이다.

둘째 "경험에 의한 경영"에서 "고객만족의 경영"이 우선돼야 하며 기업
특유의 총체적 품질경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 기업의 마케팅은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충족시키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한 과정"으로 정의할수 있다.

여기서 교환관계에는 물리적 정신적 사회적 교환, 즉 유형 무형의 교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기업은 무엇을 위해 교환창출을 하는 것일까.

기업은 고객요구의 만족과 경쟁적 우위의 확보를 지상목표로 삼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팅의 전략이란 "한 기업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경쟁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하는가의 결정에 관한 것"
이라고 볼수 있다.

마케팅 목표달성을 위한 자원의 효과적.질적 운용이 마케팅 전략이며
이를 위해 경영전략이 선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이미지(CI)의 발전적 이해를 위해서는 기업이미지와 기업
아이덴티티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미지는 "고객의 마음에서 형성되는 기업에대한 주관적 인식"으로서
선택적 비선택적으로 대중에 드러나는데 반해 기업아이덴티티는 기업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를 조사하여 대중에 인식시키고 또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업이미지는 기업의 아이덴티티없이도 형성될수 있으나 기업아이덴티티가
있으면서도 긍정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화 다각화의 명제아래 21세기의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국내
기업들은 그룹명의 변경을 포함한 기업이미지 제고 노력이 한창이다.

동방생명이 삼성생명으로 그룹명칭을 채택하는등 이미 16개 기업체들이
신규로 CI를 도입하거나 그룹명칭을 채택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그룹의 경우 "기술의 현대 세계의 현대"라는 슬로건을
내거는등 22개 대기업그룹들이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이념 내지는
슬로건을 공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의 이미지 현상을 살펴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할수
있게 된다.

첫째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성장에 따라 수평다각화를 통한 확장으로
그룹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다각화로 인한 이미지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그룹명칭 채택과 시각체계의 통일이 부분적인
해결책이 될수 있으나 비전문적이고 분산된 이미지 위축우려를 사전에
고려한 아이덴티티전략의 수립이 아쉽다.

둘째 이미 실시되고 있거나 추진중인 CI가 기업의 특성을 무시하거나
간과한채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다 CI구성요소들간에 통일감이나
조화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CI접근이 용역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실적위주의 경쟁의식과 내부화의
부재, 천편일률적인 현상진단등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때 국내기업들이 초일류화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CI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CI가 기업의 사운을 건 제2창업운동과 같다고 볼때 기업특성에 맞는
CI전략의 새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즉 "CI적 발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둘째 CI목표는 미래비전의 제시라는 점에서 광고목표와는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이루어진 CI의 가시적 결과는 디자인의 변화에
의해 확인할수 있지만 비시각적 요소들인 마인드나 행동에 있어서의
아이덴티티변화는 단기간에 확인이 어려운 것이다.

셋째 CI는 계획보다 관리가 중요하며 다각화의 방향과 깊이에 따라 CI전략
이 수립돼야 한다.

CI는 모든 것을 담는 만능용기가 아님을 인식하고 담을수 있는 그릇의
폭과 깊이를 먼저 분석 예측해야 한다.

넷째 불필요한 이미지및 디자인 낭비요소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CI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요소(verbal, visual, spiritual)들중
오히려 혼란과 역기능을 지닐수 있는 낭비요소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 전달요소와 기업문화 실천프로그램등에서 남용이
자제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