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엔고' 일본정부 대책은 .. 14일 대책발표 '무엇을 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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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80엔선까지 급등하면서 외환시장의 관심은 14일 발표될 일본정부의
엔고대책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무역흑자 삭감 수치목표를 설정할지, 재할인율을 인하할지
여부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연립여당내 최대당인 자민당은 일요일인 9일 당사에서 긴급엔고대책회의를
갖고 엔화 급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정부가 무역흑자 감축 수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래 일본 국내외에서 일본이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는한 엔화 강세가 멎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는 수없이 제기됐으나 정부.여당내에서 구체적으로 수치
목표 설정이 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민당은 9일 경기부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12일까지 흑자감축 수치
목표 설정을 비롯한 대책을 검토, 여당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회당 등 연립여당의 나머지 3개당도 11일부터 태스크포스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10일 오전 엔화가 달러당 80.15엔까지 급등한 직후 정부대변인인 이가라시
고조 관방장관은 "연립여당과 정부가 무역흑자 감축 수치목표를 논의할 것"
이라고 밝혀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정오 무렵 당정회의가 끝난뒤 고무라 마사히코 경제기획청장관은
자신으로서는 "수치목표 설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의 이 발언은 자민당과는 달리 정부내에서는 흑자감축 수치목표 설정에
대해 아직 거부감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사이토 지로 대장성 사무차관도 "자민당의 수치목표 설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내에서도 이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일본 정부.여당에서 자발적으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수치목표를 설정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미일자동차협상에서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흑자감축 수치목표를 설정하라는 미국측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흑자감축 수치목표를 설정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일단은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엔화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간 1천2백억달러(94년)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는한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끊임없이 무역마찰을 빚고 자칫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 지도자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 삭감은 국제교역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냉전 종식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이 보호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따지고 보면 일본의 과도한 무역흑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우 대일적자가 해마다 커져 지난해에는 6백50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무역불균형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끊임없이 통상마찰을 빚고 이
"고래싸움"에 한국 중국 등의 "새우등"이 터지는 사례가 빈발했다.
그러나 일본이 자발적으로 수치목표를 설정, 무역흑자를 줄여 나간다면
선진국들의 보호주의 성향은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대규모 대일무역적자에 시달려온 국가들이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무역흑자 수치목표 설정이 근본적인 장기대책이라면 재할인금리 인하는
엔고를 저지할 유력한 단기대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독일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한 이후 외환시장의 관심은
과연 일본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물론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들까지 재할인율을 내려야만
엔화 급등세가 멎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금 경제상황으로서는
재할인율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엔화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재할인율 인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마쓰시타 총재로서도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10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마쓰시타 총재는 당.정 간부들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았다.
현재 일본의 재할인율은 전후최저치인 1.75%.
일본 신문들은 일본은행이 재할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금주중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하폭은 최대 0.75%가 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엔고대책이 외환시장으로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엔
엔화가 오히려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대책을 일시에 내놓음으로써 장세를 바꿔 놓겠다는게
일본정부의 속셈이다.
다케무라 마사요시 대장상은 14일 발표될 엔고대책에는 정부가 동원할수
있는 모든 재정.금융정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당.정 고위인사들이 거론한 엔고대책들로는 규제완화 확대, 추경예산
조기편성, 중소기업 금융지원, 증권거래세 일시 폐지, 공공투자계획 조기
집행, 엔고차익 소비자 환원 등 널리 알려진 조치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흑자삭감 수치목표 설정 이외의 새로운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고무라 장관은 10일 "구조전환"을 비롯, "새로운 대책들도 포함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의 엔고대책이 외환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경우엔 엔화 급등세는
멎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무역흑자 삭감 수치목표 설정까지 포함될 경우엔 외환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할 수도 있다.
일본정부는 이제 엔고대책에 어느 선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미 거론된 대책들만 열거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외환시장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외환시장은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의 "립서비스"에 대해서는 엄한 보복을
가했다.
과연 일본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까.
한가지 우려사항이 있다면 연립여당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
엔고대책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무역흑자 삭감 수치목표를 설정할지, 재할인율을 인하할지
여부가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연립여당내 최대당인 자민당은 일요일인 9일 당사에서 긴급엔고대책회의를
갖고 엔화 급등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정부가 무역흑자 감축 수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래 일본 국내외에서 일본이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는한 엔화 강세가 멎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는 수없이 제기됐으나 정부.여당내에서 구체적으로 수치
목표 설정이 거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민당은 9일 경기부양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12일까지 흑자감축 수치
목표 설정을 비롯한 대책을 검토, 여당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회당 등 연립여당의 나머지 3개당도 11일부터 태스크포스팀에 합류하기로
했다.
10일 오전 엔화가 달러당 80.15엔까지 급등한 직후 정부대변인인 이가라시
고조 관방장관은 "연립여당과 정부가 무역흑자 감축 수치목표를 논의할 것"
이라고 밝혀 관심을 증폭시켰다.
그런데 정오 무렵 당정회의가 끝난뒤 고무라 마사히코 경제기획청장관은
자신으로서는 "수치목표 설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의 이 발언은 자민당과는 달리 정부내에서는 흑자감축 수치목표 설정에
대해 아직 거부감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사이토 지로 대장성 사무차관도 "자민당의 수치목표 설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지는 못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내에서도 이 방안이 검토되고 있음을 시인했다.
일본 정부.여당에서 자발적으로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수치목표를 설정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놀라운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미일자동차협상에서 양국간 무역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흑자감축 수치목표를 설정하라는 미국측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흑자감축 수치목표를 설정하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일단은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한 엔화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간 1천2백억달러(94년)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줄이지 않는한 미국
유럽연합(EU) 등과 끊임없이 무역마찰을 빚고 자칫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일본 지도자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무역흑자 삭감은 국제교역질서 확립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냉전 종식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이 보호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도 따지고 보면 일본의 과도한 무역흑자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우 대일적자가 해마다 커져 지난해에는 6백50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무역불균형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끊임없이 통상마찰을 빚고 이
"고래싸움"에 한국 중국 등의 "새우등"이 터지는 사례가 빈발했다.
그러나 일본이 자발적으로 수치목표를 설정, 무역흑자를 줄여 나간다면
선진국들의 보호주의 성향은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대규모 대일무역적자에 시달려온 국가들이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무역흑자 수치목표 설정이 근본적인 장기대책이라면 재할인금리 인하는
엔고를 저지할 유력한 단기대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독일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한 이후 외환시장의 관심은
과연 일본은행도 금리인하를 단행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외환전문가들은 물론 산업계와 정부 관계자들까지 재할인율을 내려야만
엔화 급등세가 멎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금 경제상황으로서는
재할인율을 내릴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엔화가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재할인율 인하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마쓰시타 총재로서도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10일 열린 당정회의에서도 마쓰시타 총재는 당.정 간부들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았다.
현재 일본의 재할인율은 전후최저치인 1.75%.
일본 신문들은 일본은행이 재할인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르면
금주중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하폭은 최대 0.75%가 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일본정부는 엔고대책이 외환시장으로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엔
엔화가 오히려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가지 대책을 일시에 내놓음으로써 장세를 바꿔 놓겠다는게
일본정부의 속셈이다.
다케무라 마사요시 대장상은 14일 발표될 엔고대책에는 정부가 동원할수
있는 모든 재정.금융정책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당.정 고위인사들이 거론한 엔고대책들로는 규제완화 확대, 추경예산
조기편성, 중소기업 금융지원, 증권거래세 일시 폐지, 공공투자계획 조기
집행, 엔고차익 소비자 환원 등 널리 알려진 조치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흑자삭감 수치목표 설정 이외의 새로운 대책이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고무라 장관은 10일 "구조전환"을 비롯, "새로운 대책들도 포함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조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으나 수출주도형 경제
체제를 내수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의 엔고대책이 외환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경우엔 엔화 급등세는
멎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무역흑자 삭감 수치목표 설정까지 포함될 경우엔 외환시장 분위기는
급반전할 수도 있다.
일본정부는 이제 엔고대책에 어느 선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미 거론된 대책들만 열거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외환시장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외환시장은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의 "립서비스"에 대해서는 엄한 보복을
가했다.
과연 일본정부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을까.
한가지 우려사항이 있다면 연립여당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