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스타 내셔널GC =김흥구 특파원 ]]]

<>.금년도 매스터즈는 대단히 뜨겁다.

공동 11위까지의 무려 11명의 선수가 선두에 단 3타차로 다가서
있는 것. 누가 이길지 도무지 알수 없다는 얘긴데 그 선수들 면면이
더욱 흥미진진한 "일요일 오후"를 장담하고 있다.

그들은 승부욕에 관한한 단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친구들이고,실력면
에서도 백지 한장 차이도 안나는 친구들이다.

벤 크렌쇼,프레드 커플스,그레그 노먼,커티스 스트레인지,필 미켈슨.

바로 그렇게 이름만 들어도 최종일의 뜨거움이 느껴지는 선수들이
제59회매스터즈 스코어보드의 상층부를 점령하고 있다.

이 정도면 새벽잠 설치며 위성TV앞에 앉아 있을만 하지 않은가.

이곳시간 8일 미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전장 6925야드)에서
벌어진 대회 3라운드의 공동선두는 84년도 챔피언인 벤 크렌쇼(43.미국)와
이번에 처녀 출전한 매스터즈 루키 브라이언 헤닝거(31.미국)이다.

크렌쇼는 이날 보기없이 버디만 3개 잡으며 3언더파 69타를 쳤고
헤닝거는 버디6에 보기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두선수의 3라운드합계 스코어는 10언더파 206타. 이들에 1타 뒤진
3라운드합계 9언더파 207타대열에는 92년도 우승자인 프레드 커플스와
미국골프의 최대유망주인 필 미켈슨,그리고 호주의 스티브 엘킹턴이
도사리고 있다.

또 그밑의 합계 8언더파 진영에는 이날 18홀의 절반인 9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7언더파 65타(보기 2개)를 친 88,89년 US오픈챔피언 커티스
스트레인지가 오랫만에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

여기에 그레그 노먼(호주)도 이틀연속 4언더파 68를 치며 합계 7언더파
209타로 선두를 3타차로 추격하고 있어 노먼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어메리카의 퍼터" 벤 크렌쇼는 지난 2일 90세를 일기로 사망한
미국 최고의 교습가 하비 페닉의 수제자.크렌쇼는 올들어 4개대회에
출전,3개대회에서 커트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페닉이 사망하기 2주전쯤 병문안을 간 크렌쇼에게 페닉이
최후의 교습을 주었다.

"퍼팅 몇개가 떨어지는 것 만큼 확신을 주는 것도 없는 것이야.두어개
해보고 그게 들어가면 자기자신을 믿어"

그 마지막 수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크렌쇼는 3라운드동안의 보기가 단 3개(버디는 13개)에 그치며 그의
말대로 "골프가 되는" 어떤 경지에 들어서 있는 양상이다.

사실 매스터즈우승이야말로 스승의 평생 가르침에 보답하는 가장
값진 선물일텐데 3라운드까지는 그 복합적 의미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프레드 커플스도 아주 좋다.

그는 11위까지의 12명중 버디를 가장 많이 잡아내고 있다.

3R까지의 총 버디수는 18개로 한 라운드 평균 6개꼴이다.

이날도 커플스는 15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는등 버디 8개에 보기
3개였다.

노먼도 아주 견실한 샷을 보였다.

대부분 샷이 큰 어긋남이 없는 흐름이었으나 3m정도의 버디 퍼트가
2-3개 빠진 것이 68타에 머문 요인이었다.

그러나 노먼입장에서는 쫓기는 상황보다 최종일 추격하는 상황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매스터즈의 우승 패턴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3라운드까지 단독선두 또는 "소수의 선수들"이 선두권을
형성하다가 그중 한명이 최종일에 1-3언더파 정도를 치며 우승하는
패턴이고 다른 하나는 몇발자국 뒤쳐져 있던 선수가 최종일 부쩍
솟아 오르며 대 역전극을 펼치는 경우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86년 잭 니클로스가 우승할때와 89년 닉
팔도가 우승할때.

당시 니클로스는 최종라운드 15번홀부터의 3개홀에서 이글-버디-버디로
4언더를 뽑아내 최종일 65타로 대회사상 가장 드라머틱한 우승을 엮어
낸바 있다.

그때의 우승은 46세의 최연장자우승이기도 했다.

또 팔도는 89년대회 3라운드에서 무려 5오버파 77타를 쳤으나 최종일
65타로 급반전,결국 스코트 호크와의 연장에서 승리했다.

90년대 들어 최근 몇년동안의 우승은 전자의 패턴.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의 올라사발이나 그 전해의 랑거에서 보듯 "대 역전극"보다는
열기가 쳐지게 마련이다.

올해의 우승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11-13언더 가량이 될 것같다.

이렇게 볼때 노먼이나 스트레인지등 이날 현재 7-8언더층의 선수가
우승하려면 60대 스코어를 내며 최종일 대 반격이 있어야 한다는 뜻.

물론 가장 흐름이 좋은 커플스나 크렌쇼는 "평범한 버디몇개에 큰
몰락"만 없으면 아주 유력하게 그린자켓의 주인공이 될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메이저 무승의 미국입장에서는 커플스에 거는 기대가 굉장하고
노먼의 "잇딴 메이저 쓰라림"을 알고있는 골프팬들은 그의 일요일
드라머를 기대하고 있는 눈치.

과연 95년도 4월의 두번째 일요일 오후에는 어떤 각본이 그려져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