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제일제당과 미원이 올해들어 제갈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상대방을 쓰러뜨리기위해 상품개발과 판매 광고등에서 혈투를 벌여온
이들 두회사가 그간의 애증을 뒤로한채 이제는 "으뜸생활문화그룹"과
"생활가치분야 초일류기업"의 기치를 내걸고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 제일제당과 미원의 사운을 건 싸움은 지난69년부터.제일제당이
이해에 미풍산업을 인수하면서 이들 두회사는 앙숙이었다.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출혈판매를 예사로 했으며 판매사원간 몸싸움도
다반사로 벌어졌다.
지난72년초 조미료 빈봉지 다섯개를 가져오면 값비싼 "쉐타"를 경품으로
주겠다는 판매전략을 미리 알아챈 상대회사에서 "금반지"를 경품으로
내걸어 맞불작전에 나설만큼 정보전도 치열했다.
이후 천연조미료 사료 육가공 의학등으로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제일제당의 "컨디션"을 겨냥해 미원이 "아스파"를 내놓았다.
삼성그룹을 배경으로한 제일제당과 조미료업계 선두주자인 미원간
싸움이 20년이상 계속돼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 두회사의 관계가 최근들어 바뀌고있다.
상대방의 텃밭에 무차별적으로 침범하기보다는 자신의 특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있다.
제일제당은 올들어 장기발전방향으로 "으뜸생활문화그룹"을 내세우고
있으며 미원은 최근 21세기비전선포식에서 "생활가치사업분야 초일류기업"으
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특정제품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싸워온 이들이 이제는 서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제일제당은 지난해말 이학수부사장이 삼성화재로 떠난이후 독자행보를
계속해왔다.
으뜸생활문화그룹으로 성장하기위해 임원인사와 교육분야등에서
삼성그룹과 완전히 결별했으며 남대문5가 재개발빌딩을 사옥으로
매입,삼성타운을 떠났다.
또 제일제당이라는 기업이름도 버리기 위해 사내공모방식으로 CI(기업이미지
통일)작업을 추진중이다.
제일제당은 현재 백화점 수퍼스토어등 유통업에 참여하기위해 여러가지
준비작업을 하고있다.
금융업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일 때에는 식품과 생활용품분야쪽으로 사업이
한정됐으나 이제부터는 신규사업에 참여하는데 그룹측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아직까지 지분정리등 법적인 분리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신규사업을 시작하는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원과의 경쟁에 무리하게 힘을 쏟아넣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경식제일제당회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우리회사가
21세기 으뜸생활문화그룹으로 도약하기위한 원년"이라며 "유통 물류
단체급식등 유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있다.
반면 미원의 입장은 제일제당과 다르다.
신규사업을 시작하는데 다른 그룹계열사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삼성그룹을 떠나 독자그룹으로 발전하려는 제일제당과는 달리 미원은
현재사업분야에서 초일류기업을 지향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미원은 현재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등 현지진출쪽에 주력하고있다.
지난73년 인도네시아 플랜트수출을 시작으로 2개의 인도네시아 조미료생산공
장을 운영중이며 중국에는 사료와 천연감미료 발효조미료(MSG)등의
생산공장건설을 추진하고있다.
국내식품산업의 해외경쟁력확보와 국제화를 위해 해외생산기지쪽으로
눈돌리고있는 것이다.
미원은 이와함께 앞으로 10년후인 2004년까지 식품 축산 유화등
기존사업을 강화하고 의학 유통 정밀화학 생활용품등으로 다각화해나갈
방침이다.
2004년 3조2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일류기업이 이회사의 장기목표다.
유영학미원사장은 "고부가가치의약품과 갈락토올리고당 당뇨병치료제등
신제품의 개발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회사의 사업구조고도화를
통한 질적성장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했다.
20년이상 식품업계 최대라이벌이었던 제일제당과 미원이 이제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나선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