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용 수성싸인펜 대신 일반싸인펜으로 답안지를 작성해 합격점을
받고도불합격 처리된 응시자가 소송을 제기,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내무부 세제과에 근무하는 최모씨(서울 양천구 신정동)는 24일 지난해
11월 실시된 행정사무관(5급)승진 1차시험에서 실수로 컴퓨터채점이 불
가능한 일반 싸인펜을 사용,합격점(60점이상)을 상회하는 점수를 받고도
0점 처리되자 시험실시 기관인 총무처를 상대로 "일반승진시험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서울고법에 냈다.

최씨는 소장에서 "컴퓨터용 싸인펜은 다수 응시자의 답안을 보다 빠르고
정확,공정하게 채점하기 위한 시험관리상의 편의 목적으로 사용된다"며
"일반 싸인펜을 사용한 자신의 과실은 인정하지만 답안 전체를 0점 처리한
것은 과실에 비해 지나친 제재로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또 "시험실시기관인 총무처는 컴퓨터용 싸인펜 사용이 당락을 좌우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시험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함께 컴퓨터용
싸인펜을 응시자들에게 직접 교부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 "수작업 채점
의번거로움이 있겠지만 제도 자체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하지 않는 것이라
면 시험시 실수에 대한 배려가 인정돼야한다"고 덧붙였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