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만 해도 집집마다 늘깨끗한 물이 샘솟는 우물이 있었다.

특히 서울 종로구에는 이름난 우물이 많았다.

와룡동에는 "쫄쫄우물"이라는 눈병에 특효를 보인 약수가 있었고 명륜동
에는 깊이가 30척이나 되는 깊은 우물이 잇어 이 일대를 "깊은 우물골"
이라고 불렀다.

충신동과 이화동 사이에는 "옹달우물", 화동에는 "복주우물", 청운동과
궁정동경계에는 "박우물", 창성동에는 궁중에서 길어다 썼다는 "어수우물"도
있었다.

고노들의 기억속에 남아있을뿐 지금은 흔적조차없이 사라져 버린 우물들
이다.

"수지성청"이란 말이 있듯 물은 본래 맑고 깨끗한것이 특성이지만 이제는
이 말이 통할수 없는 시대가 된것 같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나 공단지역의 지하수는 이미 마실수 없게 오염돼
있고 농촌의 지하수까지 농업용수로도 못쓸 만큼 오염돼 간다고 한다.

"약수"라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산속의 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음용수타령만 할 처지도 못된다.

근래에는 지구온난화와 엘리뇨현상등의 기상이변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가뭄이나 홍수가 빈발해 물의 효율적인 이용과 개발, 그리고 체계적인 관리
가 각국의 중요한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수만은 없다.

산업화로 인한 수질악화와 물부족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도
오래다.

특히 70년대이후 마구잡이 지하수개발이 가속화돼 지하수조차 오염되고
지반이 내려앉는 환경파괴다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장기적 수자원대책이나 지하수개발관리문제는 정부가 할 일이지만 물을
아껴쓰고 가능한한 수질오염을 막는 일은 국민들의 몫이다.

전국의 가정에서 샤워를 하면서 비누칠을 하는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거나
양치질을 할때 컵만 사용해도 년간 20억t의 물이 절약돼 1조원 규모의
다목적 댐 2개를 새로 건설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니 물절약을 생활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22일은 세번째 맞는 유엔이 정한 "세계물의날"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날 장기수자원대책과 지하수개발문제를 토의하는
심포지엄을 열고 물아끼기 시민모임발대식 물절약기기전등 각종 행사를
갖는다.

"돈을 물쓰듯 한다"는 속담에서 알수 있듯이 전통적으로 물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르고 물을 낭비해 온 것이 우리들이다.

국민소득은 중진국수준인데도 물소비는 선진국수준인 것도 우리들이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계속된 극심한 가뭄은 우리에게 물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지 않았던가.

"물은 생명의 근원"이란 옛말이 더욱 실감나는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