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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가격파괴돌풍의 영향권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되면서 백화점들은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디스카운트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신업태는 달라진 소비자들의 의식구조를 바탕으로 유통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를 굳히고있다.

제조업체가 틀어쥐고 있던 상품의 가격결정권이 판매업체로 넘어가면서
이제는 "정가"가 사라지고 유통업체가 받을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는
"신가격혁명"의 물결이 유통시장을 뒤덮을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일본유통업의 변화와 전망을 살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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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최대의 식품메이커인 아지노모토사는 전상품에 표시해왔던 희망소매가
격을오는 4월부터 없애기로 최근 결정했다.

정가를 폐지하고 사실상의 오픈가격제(메이커가 제품가격을 표시하지 않고
유통업체에게 판매가격을 일임하는 방식)를 도입키로 한 것.

이러한 사례는 아지노모토가 처음은 아니다.

가전,일용잡화 메이커를 중심으로 일부상품에 대해 오픈가격제를 도입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금년 2월부터는 애플컴퓨터가 신제품의 정가를 없애기 시작했고 일본IBM도
이달부터 시판에 들어간 저가격 퍼스널컴퓨터"업티바"에 대해 오픈가격제를
적용했다.

그러나 아지노모토의 결정이 유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종전과 달랐다.

일본최대의 종합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의 결단은 타식품업체들도 "정가파괴
"대열에 합류할수 밖에 없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메이커가 결정해온 일본의
"일물일가"가격체계가 명실공히 막을 내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견해까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굴지의 제조업체들이 공들여 만든 상품의 가격결정권을 잇달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최근의 사례는 갈수록 거세지는 일본의 가격파괴바람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불황과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변화(브랜드지향에서 가격우선)속에서 싹을
틔운 가격파괴바람은 디스카운트스토어등 저가를 앞세운 신업태를
고성장의 반석위에 올려놓으며 유통업성장의 견인차로 부각시켜 놓고
있다.

일본의 디스카운트스토어는 크게 나누어 신규창업형의 대형종합DS와
양판점 형태의 대형DS,가전제품등의 한정상품을 취급하는 전문DS 및
중소DS등 4종.

이들 디스카운트스토어는 백화점전체의 매출이 8조9천6백3억엔으로 전년
보다 6.6%뒷걸음질친 지난93년중 2조3천2백64억엔의 매출로 12%의 성장을
기록했다.

슈퍼마켓의 매출 역시 93년중 15조4천4백44억엔으로 전년대비 2.4%감소,
디스카운트스토어만이 유통업계를 휩쓴 불황파고를 여유있게 비켜갔음을
보여주고 있다.

디스카운트스토어가 고성장업태로 각광을 받으면서 다이에이,이토요카도,
쟈스코등 양판점과 슈퍼마켓이 본업이었던 대형유통업체들이 앞다투어 참여,
디스카운트스토어는 막강한 바잉파워로 무장한 대형업체들의 또다른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매출랭킹에서 일본 전유통업체중 1위를 달리는 다이에이(93년 2조7백
34억엔)는 92년중 디스카운트스토어에서도 2천6백2억엔의 매출로 수위를
차지했다.

이토요카도그룹의 계열사로 20여개의 디스카운트스토어매장을 열어놓고
있는다이구마는 역시 92년중 1천6백23억엔의 매출로 2위를 차지,다이에이와
이토요카도의 매출순위다툼이 본업뿐 아니라 신업태에서도 치열하게
불붙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일본 유통전문가들은 백화점이 현재와 같은 소매업태를 정착시켰고
슈퍼마켓이 할인판매를 본격화시킨 주인공이었다면 디스카운트스토어는
유통구조의 변혁을 몰고온 견인차라고 전제,유통경로에서 차지하는
디스카운트스토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수 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이에이로부터 제품취급중단조치를 통고받은 산토리가 이달초
저가수입맥주 개발등의 조건을 앞세워 서둘러 화해제스쳐를 낸것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대해 갖게된 힘의 우위를 상징하는 또한가지의
예에 불과합니다"

요쿠 도시오 후나이연구소 경영컨설턴트는 이토요카도와 손잡았다는
괘씸죄로 다이에이매장에서 제품철수의 수모를 당했던 산토리사의
경우를 지적,"디스카운트스토어는 저가의 PB(자체상품)강화및 소비자의
절대적지지를 앞세워 신가격혁명의 선두주자로 영향력을 계속 넓혀갈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