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일대 격돌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6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술시장을 놓고 주류업계가
벌이게될 판매경쟁은 사상 유례가 없었다는 작년의 "술전쟁"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약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작년의 일전이 앞을 예측하기 힘든 혼란속에서 주류업계가 저마다 누려온
기득권에 대한 방어전의 성격이었다면 전열을 재정비한 올해는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더구나 올해 영업성과에 따라 향후 몇년간의 시장판도가 굳어질 전망이어서
주류업체들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주류시장에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그 서곡은 상대방 회사가 독점적으로 누려온 시장에 동반진출하는 영토
빼앗기였다.

93년말 동양맥주는 시장점유율 순위 7위에 불과했던 경월을 인수, 소주시장
에 진출하며 그린소주로 진로의 아성이었던 수도권시장에 맹공을 퍼부었다.

진로도 진로쿠어스맥주를 설립하고 충북 청원에서 카스맥주를 생산,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맥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조선맥주는 하이스코트를 설립, 양주시장에서도 제2의 하이트신화를
일궈낼 결심이다.

대기업이 벌였던 치열한 접접의 여파는 지방중소업체에까지 번져 지방
소주사들도 잇달아 수도권지역과 인접지역에 대한 공격적 영업에 나서
주류업계의 판매전선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러한 판매경쟁의 결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술소비는 전반적으로 크게
증가하여 양주가 34.5% 맥주가 12% 소주가 6% 늘어나는 시장팽창을 가져
왔다.

주류업계가 앞다투어 신제품개발과 품질향상에 힘쓴 결과 "문민정부들어
좋아진 것은 술맛밖에 없다"는 농담을 회자시키기도 했다.

주류업계는 올해도 잇다른 공장증설에 따른 물량압박과 신제품의 빠른
시장정착을 위해 한판 승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동양 진로 조선 등 빅3는 지난해 맥주 소주 양주 등을 갖춘 종합
주류사로서의 면모를 갖춘데다 올해초를 전후로 자매사의 주류영업도
모기업이 총괄하는 통합마켓팅체제를 구축해 자사계열의 유통망을 총동원
하는 총력전이 전개될 양상이다.

맥주시장에서는 그어느해보다도 격렬한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맥주시장은 올해 성장율이 8-9%로 지난해의 12%보다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3사의 판매목표를 합계하면 예상소비량 1억8천6백만상자를 27%나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동양은 올해 시장점유율 목표를 작년의 58%에서 63%로 늘려 잡았으며
조선은 35%에서 40%로 진로쿠어스도 8%에서 2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맥주업계는 이미 5월부터 본격화될 성수기를 대비해 각 판매업소와 일반
소비자에게 경품증정 등 다양한 판촉행사에 나서고 있다.

또 광고에 민감한 신세대들을 의식 동양맥주가 최근 넥스광고를 전면개편
했으며 이달부터 전국생맥주업소를 대상으로 생맥주판매확대활동에
들어갔다.

조선맥주도 25일부터 열리는 명동축제행사기간중 하이트맥주 무료시음회와
함께 맥주빨리마시기대회 등 각종 판촉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진로쿠어스맥주도 카스가 시장진입에 성공했다는 판단아래 본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 오는 5월 공장증설공사가 완료되며 거래선 및 소비자들
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소주시장에서도 일대 격전이 예상된다.

진로는 올해 전체 매출목표를 5천8백50억원(소주,양주포함)으로 지난해보다
15% 가량 늘려잡았으며 소주시장에서 48%내외의 시장점유율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경월 역시 매출목표를 1천2백90억원으로 72%나 늘려잡고 현재 9%인 점유율
을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진로 경월 등 대기업의 공세에 갈수록 입지를 잃어가는 지방소주사들
도 최근 공장증설과 신제품개발로 자도시장보호는 물론 수도권시장 진출로
역공에 나서고 있다.

보해의 보해의 시티소주 금복주의 참소주 무학의 뉴화이트소주 등이 소주
전쟁을 헤쳐갈 신무기들이다.

소득증가와 함께 매년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위스키시장에서는
스탠다드급에서 우위를 지키려는 OB씨그램과 프리미엄급을 강화한 진로의
대결이 흥미롭다.

여기에 작년말 양주시장에 뛰어든 조선맥주계열의 하이스코트와 최근
잇달아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있는 수입양주업체간의 대결도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업계의 치열한 판매경쟁외에도 주류업계의 영업성과를 결정할 요소는 다양
하다.

그중에서도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며 여성음주인구 및 신세대층의
등장은 음주문화의 저도주 고급주 선호경향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나만의 브랜드를 고집하는 이들의 특성에 맞춰 품질외에도 광고 패키지
디자인 등 소프트한 부분에서의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주류소비가 계절을 타지않는 사계절화되고 있지만 웨더머천다이징의
중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6조원규모의 주류시장을 놓고 벌어질 판매전에서 소비자들이 어느쪽 손을
들어주느냐는 이러한 모든 요소들을 감안한 토탈마켓팅을 누가 효과적으로
수행했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