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생산은 도자기 굽기와 같다"

지난87년 여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선 쓰레기가 쏟아졌다.

양은 많았지만 쓰레기의 종류는 한가지였다.

깨어진 웨이퍼 조각들이었다.

제품 값으로 따져 30억원어치나 됐다.

이 쓰레기들은 비디오램을 양산하기 위해 준비했던 웨이퍼들이었다.

이게 왜 쓰레기가 됐을까.

삼성전자는 비디오램 개발해 엔지니어링 샘플까지 만들었다.

이를 외국의 업체에 보내 "OK"를 받았다.

그리곤 양산을 위해 웨이퍼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미국의 한 업체에서 클레임이 들어왔다.

화면이 자꾸 깨진다는 것.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이리저리 짜 맞춰 설계를 한 탓이었다.

설계회로가 그려진 웨이퍼는 모두 부숴야 했다.

마치 가마에서 막 구어낸 도자기를 깨버리는 것처럼.

1메가D램 4메가D램을 연속 개발하고 들떠있던 연구원들은 "그놈의 설계
때문에..."를 되뇌일 수 밖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