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이 16일 덕산그룹본사와 고려시멘트,거래금융기관등 1백26곳에
대한일제 압수수색을 실시함에 따라 본격적인 덕산해부작업이 시작됐다.

대검은 덕산부도 파문이 청주와 광주등 지역적으로 워낙 광범위해
청주지검과 광주지검 검사들까지 투입,덕산의 비리를 철저히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의 촛점을 자금운용과 관련된 덕산.고려시멘트의
기업비리와 금융기관의 대출관련비리등 크게 두가지에 맞추고 있다.

즉,기업비리와 금융기관의 비리를 나눠 메스를 대겠다는 것이다.

검찰일각에서는 이럴 경우 이번 덕산수사는 지난 82년 전국을 뒤흔든
이철희.장영자사기사건의 수사방향과 같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이번 수사의 방향을 잡는데 이.장사건의 수사기록을
참고로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번 수사는 덕산그룹의 박씨일가는 물론 관련금융기관 임직원의
구속사태로까지 이어져 파문이 의외로 커질 개연성이 높다.

우선 덕산그룹 자체 비리와 관련해 검찰은 정확한 어음발행규모와
금융기관대출자금의 최종사용처등 행방을 가리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검찰이 1차로 밝힐 것은 정확한 어음부도 규모와 금융기관
대출규모.이것이 밝혀져야 덕산의 어음발행능력과 고의부도여부의 상관
관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사법처리의 수위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변수가 될수 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덕산그룹 26개계열사와 고려시멘트 계열사
9개등의 어음부도액은 총 3천76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덕산그룹 박성섭회장(47)과 박성현 전고려시멘트사장(38)형제가
제2금융권의 지급보증을 통해 발행한 어음결제일이 3,4월에 몰려 있어
부도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란게 검찰의 얘기이다.

검찰은 어마어마한 부도액에 비해 지급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이 입증될
경우고의부도에 따른 사기혐의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내사과정에서 박씨형제의 자금줄인 모친 정애리시씨의 보유
부동산이 거의 없고 박씨형제도 일부 임야만 보유하고 있는 점등이
조사돼 지급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어음을남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려가고 있다.

특히 덕산그룹내 계열사중 이렇다할 경영성과를 낸 회사가 없었던 점도
검찰의 판단자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검찰은 덕산그룹이 제1,2금융권등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의
행방이 뚜렷치 않은 점에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들어간 돈에 비해 나간 돈이 명쾌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고려시멘트의 박사장이 덕산그룹의 경영상태가 극히
부실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지급보증을 해준 점이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지에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사장의 덕산어음지급보증액은 2천8백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의 덕산과 고려시멘트계열사에 대한 대출과 지급보증 경위도
이번 수사의 촛점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파악한 덕산과 고려시멘트등의 여신규모는 총8천여억원
으로 이중 은행이 3천4백여억원이며 나머지는 종금사, 투금사 등
제2금융권이다.

검찰은 대출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

검찰은 또 고려시멘트 덕산개발 덕산요업 덕산시멘트제조등 총
8백55억원의 지급보증을 한 대우,대신,럭키등 11개 증권사의 보증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어서 금융계에 덕산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