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 .. 취임 20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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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쌍용그룹회장이 지난11일로 기업총수로서 성년을 맞았다.
지난75년 선친인 성곡 김성곤선생의 급작스런 서거로 30세에 그룹경영을
이어받은지 꼭 20년이 됐다.
대기업그룹 2세 총수로선 "최장수" 기록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면에서도 그는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수성에 성공하는등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쌍용그룹에 제2창업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승용차사업 진출등 "21세기 준비"에 바쁜 김회장을 본사 유화선산업1부장과
이성구기자가 만나봤다.
=======================================================================
[[[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취임 20돌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그룹매출이 2백배, 자산규모가 1백배
이상 늘어나고 계열사도 22개로 불어났으니 오는 15일 창립 기념일 행사는
거창할 수 밖에 없겠네요.
<>김회장=해마다 창립기념일이 돌아오는데 뭐 별다를게 있겠습니까.
그룹행사로 간소하게 치를 생각입니다.
앞으로 할 일도 태산같고. 행사를 요란스레 치를 이유가 없지요.
-듣던대로 회장께선 역시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2등 정신"을
강조하신 다는데 아무리 보수적이라도..
<>김회장=2등 정신이 어떻습니까.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결코
2등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1등을 하면 목표가 없어지기 쉽고, 따라서 도전의욕도 잃기 십상입니다.
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에만 연연하다 보면 자연히 안 좋은 일도
하게 되고.
그러니까 쌍용의 2등정신은 페어플레이 정신 내지는 도전의식으로 해석해야
옳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국민들이 쌍용을 보는 이미지는 꽤 좋다고들 하지요.
오히려 쌍용사람들이 그룹이나 회장의 경영스타일 같은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쌍용의 이직율이 높은게 그 반증이라던데요.
<>김회장=그런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업종따라 편차가 나겠지만 이직률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물론 경영이 보수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건 제 개인적인 성격보다는
쌍용의 업종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지요.
시멘트 정유등 주력사업들이 워낙 장치산업이다 보니 그런 경향을 띤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시장경쟁이 치열한 업종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갈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회장=굴뚝에서 연기나는 기간산업은 누가 뭐래도 지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곧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다지만 한국의 기간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일본이 자동차 전자 기계등 최첨단분야에서 세계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철강등 기간산업이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쌍용은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기간산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히
여길 겁니다.
-첨단산업분야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남들은 "우주 항공산업이다, 정보통신
산업이다"하며 앞다퉈 진출한다고들 야단인데요.
<>김회장=첨단산업에 뛰어들어야만 먹고 사는건 아니잖습니까. 하이테크
(high-technology)란 의미만해도 그렇죠.
예컨대 시멘트분야에서 남들이 도저히 만들지 못하는 특수시멘트를 쌍용이
독자로 개발하면 그게 하이테크산업 아닙니까.
남들이 뛰어든다고 앞뒤 재보지도 않고 좇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회장께선 자동차 정유 양회등 쌍용그룹의 주력업종중 승용차에 투자
최우선순위를 부여해 올해쯤 승용차를 내놓겠다고 하신적이 있는걸로 기억
합니다.
작년엔 무쏘가 그런대로 잘 팔리는등 성공적이었으니 승용차도 계획대로
돼 가고 있다고 보면 되겠지요.
<>김회장=남들은 길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게 쉬운 것처럼 볼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백지위에 자동차를 그리려면 최소한 3-4년이상은 족히 걸리는것 같아요.
그동안 국산화율 기준을 35%에서 65%로 높이는등 정부방침도 엄격해졌고.
그래도 97년까지는 생산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투자액도 많이 늘려야 하겠지요.
<>김회장=지금까지 승용차생산을 위해 1조원이상 투자했지만 앞으로도
2조-3조원가량 더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합작파트너인 벤츠사가 지분을 확대해 달라고 한다던데요. 당초 합작사업
계약을 맺을 때는 벤츠측의 지분이 10%를 넘지 않도록 돼 있었지
않았습니까.
<>김회장=지금 그런 계약조항을 따질 필요는 있겠습니까. 차만 잘 만들면
되지요.
벤츠측의 지분확대 요구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지분율 아니겠습니까. 벤츠측은 지분확대를 50%선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요.
<>김회장=50대 50이면 어떻습니까. 자동차시장 자체가 개방되는 마당
인데요.
자 봅시다. 현재 자기 손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얼마 안됩니다.
미국 일본독일 스웨덴 프랑스등..
동양권에선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죠. 요즘 엔고는 카메라 조선 전자
기계등 과거 서구권에서 주도하던 산업들을 일본에 빼앗긴데 대한 미국
유럽의 보복조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겁니다.
자동차는 특히 구미 국가들이 생존과 결부시키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들은 아마 자동차 산업만은 잃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이나 유럽업체들과 합작등의 방법으로 제휴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요.
-그런 제휴없이 수출만하다 보면 보복을 당한다는 말씀이군요.
<>김회장=그렇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볼까요. 얼마전 독일의 슈미트수상을
만났을때의 일입니다.
한국때문에 유럽의 조선산업이 다 죽었다고 푸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죠.
한국때문이 아니라 일본때문이라고. 그래도 그는 유럽의 조선산업이
휘청거릴때 한국이 결정타를 매겼다고 하더란 말입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
지난75년 선친인 성곡 김성곤선생의 급작스런 서거로 30세에 그룹경영을
이어받은지 꼭 20년이 됐다.
대기업그룹 2세 총수로선 "최장수" 기록이기도 하다.
기업 경영면에서도 그는 창업보다 더 어렵다는 수성에 성공하는등 완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쌍용그룹에 제2창업을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승용차사업 진출등 "21세기 준비"에 바쁜 김회장을 본사 유화선산업1부장과
이성구기자가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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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취임 20돌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그룹매출이 2백배, 자산규모가 1백배
이상 늘어나고 계열사도 22개로 불어났으니 오는 15일 창립 기념일 행사는
거창할 수 밖에 없겠네요.
<>김회장=해마다 창립기념일이 돌아오는데 뭐 별다를게 있겠습니까.
그룹행사로 간소하게 치를 생각입니다.
앞으로 할 일도 태산같고. 행사를 요란스레 치를 이유가 없지요.
-듣던대로 회장께선 역시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직원들에게 "2등 정신"을
강조하신 다는데 아무리 보수적이라도..
<>김회장=2등 정신이 어떻습니까. 일부에서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결코
2등을 하자는게 아닙니다.
1등을 하면 목표가 없어지기 쉽고, 따라서 도전의욕도 잃기 십상입니다.
또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1등에만 연연하다 보면 자연히 안 좋은 일도
하게 되고.
그러니까 쌍용의 2등정신은 페어플레이 정신 내지는 도전의식으로 해석해야
옳습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국민들이 쌍용을 보는 이미지는 꽤 좋다고들 하지요.
오히려 쌍용사람들이 그룹이나 회장의 경영스타일 같은데 불만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쌍용의 이직율이 높은게 그 반증이라던데요.
<>김회장=그런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업종따라 편차가 나겠지만 이직률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물론 경영이 보수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건 제 개인적인 성격보다는
쌍용의 업종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지요.
시멘트 정유등 주력사업들이 워낙 장치산업이다 보니 그런 경향을 띤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시장경쟁이 치열한 업종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갈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김회장=굴뚝에서 연기나는 기간산업은 누가 뭐래도 지켜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곧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다지만 한국의 기간산업은
선진국과 비교해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일본이 자동차 전자 기계등 최첨단분야에서 세계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된 것도 철강등 기간산업이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쌍용은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기간산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히
여길 겁니다.
-첨단산업분야는 관심이 없으십니까. 남들은 "우주 항공산업이다, 정보통신
산업이다"하며 앞다퉈 진출한다고들 야단인데요.
<>김회장=첨단산업에 뛰어들어야만 먹고 사는건 아니잖습니까. 하이테크
(high-technology)란 의미만해도 그렇죠.
예컨대 시멘트분야에서 남들이 도저히 만들지 못하는 특수시멘트를 쌍용이
독자로 개발하면 그게 하이테크산업 아닙니까.
남들이 뛰어든다고 앞뒤 재보지도 않고 좇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회장께선 자동차 정유 양회등 쌍용그룹의 주력업종중 승용차에 투자
최우선순위를 부여해 올해쯤 승용차를 내놓겠다고 하신적이 있는걸로 기억
합니다.
작년엔 무쏘가 그런대로 잘 팔리는등 성공적이었으니 승용차도 계획대로
돼 가고 있다고 보면 되겠지요.
<>김회장=남들은 길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를 생산하는게 쉬운 것처럼 볼지
모르지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백지위에 자동차를 그리려면 최소한 3-4년이상은 족히 걸리는것 같아요.
그동안 국산화율 기준을 35%에서 65%로 높이는등 정부방침도 엄격해졌고.
그래도 97년까지는 생산할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투자액도 많이 늘려야 하겠지요.
<>김회장=지금까지 승용차생산을 위해 1조원이상 투자했지만 앞으로도
2조-3조원가량 더 쏟아부을 작정입니다.
-합작파트너인 벤츠사가 지분을 확대해 달라고 한다던데요. 당초 합작사업
계약을 맺을 때는 벤츠측의 지분이 10%를 넘지 않도록 돼 있었지
않았습니까.
<>김회장=지금 그런 계약조항을 따질 필요는 있겠습니까. 차만 잘 만들면
되지요.
벤츠측의 지분확대 요구에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지분율 아니겠습니까. 벤츠측은 지분확대를 50%선까지 요구하고
있다면서요.
<>김회장=50대 50이면 어떻습니까. 자동차시장 자체가 개방되는 마당
인데요.
자 봅시다. 현재 자기 손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얼마 안됩니다.
미국 일본독일 스웨덴 프랑스등..
동양권에선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죠. 요즘 엔고는 카메라 조선 전자
기계등 과거 서구권에서 주도하던 산업들을 일본에 빼앗긴데 대한 미국
유럽의 보복조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겁니다.
자동차는 특히 구미 국가들이 생존과 결부시키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들은 아마 자동차 산업만은 잃지 않으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미국이나 유럽업체들과 합작등의 방법으로 제휴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지요.
-그런 제휴없이 수출만하다 보면 보복을 당한다는 말씀이군요.
<>김회장=그렇습니다. 한 예를 들어 볼까요. 얼마전 독일의 슈미트수상을
만났을때의 일입니다.
한국때문에 유럽의 조선산업이 다 죽었다고 푸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죠.
한국때문이 아니라 일본때문이라고. 그래도 그는 유럽의 조선산업이
휘청거릴때 한국이 결정타를 매겼다고 하더란 말입니다.
<<< 계 속 ...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