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제금융시장] (4) 유럽외환시장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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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달러 폭락을 야기한 요인중의 하나로 마르크 강세가 꼽힌다.
독일 마르크가 유럽 약세통화들에 대해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로
몰려야할 투자자금이 마르크나 일본 엔화로 몰리는 바람에 달러 폭락이
가속화됐다.
물론 9일 달러 폭락을 저지한 일등공신은 유럽의 약세통화국들이다.
달러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4개국이 일제히 금리를 올린데 힘입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이 발표된 순간 마르크 강세가 꺾이면서 마르크.엔을 비롯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달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 약세통화국들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은 단지 자국 통화가 마르크에 대해 급락하는 것을 막으려 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이들은 언젠가는 또다시 유럽외환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문제아"가 될 수 있다.
유럽 약세통화국들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이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늦어도 99년까지 통화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재정적자.물가상승률.금리 등을 수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환율도 기준으로부터 상하 15%내에서 움직이도록 고정시켜 놓았다.
유럽외환시장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약세통화국들이 환율을 일정 범위안에 묶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투기꾼들은 어떤 빌미가 생기면 재정적자가 크거나 물가, 또는 정국이
불안한 국가의 통화를 집중적으로 공략,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버린다.
이때 관련국 중앙은행이 자국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면
투기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다.
올들어 유럽외환시장에서 마르크가 초강세를 지속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의 정국이 불안해지자 투기꾼들이 이들
국가의 통화를 대거 팔아 "안전통화"인 마르크를 사들이는 바람에 마르크가
초강세가 됐다.
특히 스페인 페세타화와 포르투갈 에스쿠도화는 중앙은행의 끊임없는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가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 명시해 놓은
15% 하한선까지 밀렸다.
스페인은 ERM에서 탈퇴해야 하는 궁지로 몰리자 일요일인 지난 6일 EU
통화위원회 소집을 긴급히 요청했다.
EU는 이날 페세타화와 에스쿠도화를 각각 7%와 3.5% 평가절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외환시장의 혼란은 멎지 않았다.
마르크화는 연일 약세통화들을 사상최저치로 몰아부쳤다.
유럽 통화단일화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프랑스나 고성장국인 영국의 통화
마저 마르크의 위세에 눌려 쉬지않고 곤두박질했다.
이 과정에 달러 폭락이 가속화됐음은 물론이다.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포르투갈 등 약세통화국들은 결국 자국통화를 방어
하기 위해 8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물론 금리를 올리면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낮추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이들로서는
금리를 올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유럽외환시장은 92년과 93년에도 혼란에 빠진 바 있다.
92년엔 투기꾼들의 집요한 공세에 밀려 결국 영국과 이탈리아가 ERM을
탈퇴했고 93년엔 ERM 환율변동폭을 상하 2.25%에서 15%로 확대해야 했다.
유럽외환시장이 올해 또다시 혼란에 빠지자 전문가들은 EU의 화폐통합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통합이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독일 등 강세통화국들이 앞서간뒤 약세
통화국들이 나중에 동참하는 형태의 2단계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우세해졌다.
통화단일화가 무난히 달성되려면 유럽 각국의 거시경제 지표들이 수렴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항상 정국이 안정돼 있길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의 한 나라에서 정국이 불안해지면 유럽외환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이 송두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달러 폭락은 이 점을 확인해 주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
독일 마르크가 유럽 약세통화들에 대해 초강세를 보임에 따라 달러로
몰려야할 투자자금이 마르크나 일본 엔화로 몰리는 바람에 달러 폭락이
가속화됐다.
물론 9일 달러 폭락을 저지한 일등공신은 유럽의 약세통화국들이다.
달러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4개국이 일제히 금리를 올린데 힘입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이 발표된 순간 마르크 강세가 꺾이면서 마르크.엔을 비롯한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달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유럽 약세통화국들이 달러를 구하기 위해 금리를 올린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은 단지 자국 통화가 마르크에 대해 급락하는 것을 막으려 했을
따름이다.
따라서 이들은 언젠가는 또다시 유럽외환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문제아"가 될 수 있다.
유럽 약세통화국들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협하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이 환율을 안정시키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늦어도 99년까지 통화를 단일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재정적자.물가상승률.금리 등을 수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환율도 기준으로부터 상하 15%내에서 움직이도록 고정시켜 놓았다.
유럽외환시장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은 약세통화국들이 환율을 일정 범위안에 묶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투기꾼들은 어떤 빌미가 생기면 재정적자가 크거나 물가, 또는 정국이
불안한 국가의 통화를 집중적으로 공략,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버린다.
이때 관련국 중앙은행이 자국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면
투기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다.
올들어 유럽외환시장에서 마르크가 초강세를 지속한 것도 예외가 아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의 정국이 불안해지자 투기꾼들이 이들
국가의 통화를 대거 팔아 "안전통화"인 마르크를 사들이는 바람에 마르크가
초강세가 됐다.
특히 스페인 페세타화와 포르투갈 에스쿠도화는 중앙은행의 끊임없는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통화가치가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 명시해 놓은
15% 하한선까지 밀렸다.
스페인은 ERM에서 탈퇴해야 하는 궁지로 몰리자 일요일인 지난 6일 EU
통화위원회 소집을 긴급히 요청했다.
EU는 이날 페세타화와 에스쿠도화를 각각 7%와 3.5% 평가절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도 외환시장의 혼란은 멎지 않았다.
마르크화는 연일 약세통화들을 사상최저치로 몰아부쳤다.
유럽 통화단일화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프랑스나 고성장국인 영국의 통화
마저 마르크의 위세에 눌려 쉬지않고 곤두박질했다.
이 과정에 달러 폭락이 가속화됐음은 물론이다.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포르투갈 등 약세통화국들은 결국 자국통화를 방어
하기 위해 8일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물론 금리를 올리면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그러나 독일 분데스방크가 금리를 낮추지 않고 버티고 있으니 이들로서는
금리를 올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유럽외환시장은 92년과 93년에도 혼란에 빠진 바 있다.
92년엔 투기꾼들의 집요한 공세에 밀려 결국 영국과 이탈리아가 ERM을
탈퇴했고 93년엔 ERM 환율변동폭을 상하 2.25%에서 15%로 확대해야 했다.
유럽외환시장이 올해 또다시 혼란에 빠지자 전문가들은 EU의 화폐통합이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 통합이 계획대로 추진되더라도 독일 등 강세통화국들이 앞서간뒤 약세
통화국들이 나중에 동참하는 형태의 2단계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우세해졌다.
통화단일화가 무난히 달성되려면 유럽 각국의 거시경제 지표들이 수렴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유럽의 모든 나라에서 항상 정국이 안정돼 있길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의 한 나라에서 정국이 불안해지면 유럽외환시장은 물론 국제금융시장
이 송두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달러 폭락은 이 점을 확인해 주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