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포철회장은 지난달 20일 시작된 출자회사들의 정기주총에서
포스테이타등 5개 출자회사의 사장을 새얼굴로 바꾸었다.

임기만료된 임원을 거의 대부분 재선임했던 작년 주총때와는 사뭇
달랐다.

출자회사구조조정,본부장제및 팀제의 도입,경영위원회신설등에 이은
출자회사 경영진의 교체.이는 곧 포철의 체제개편에 이은 라인업
재구축을 의미한다.

김만제회장이 포철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작년3월8일.취임 1년만에
43개 출자회사를 거느린 거대기업 포철을 완전히 장악해 이제는
자신의 경영철학을 펼쳐 보일 수있는 체제를 갖추어놓은 것이다.

사실 김만제회장이 신임회장으로 선임됐을 당시만해도 포철의 분위기는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첫회장인데다 삼성생명에 잠시 몸담은 것을 빼고는
기업에서 일한 경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태준체제에서 굳어진 포철 특유의 배타적 분위기 때문인지 "제
아무리 부총리 출신이라지만..."하는 식의 뒤틀린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김회장이 잇단 개혁조치를 내놓으면서 그같은 우려는 사라졌다.

김회장은 취임하자마자 "포스코비젼 2005"라는 중장기발전계획을
제시하고 그에따른 대대적인 개혁조치에 들어갔다.

기존의 철강중심체제에서 벗어나 철강 정보통신 건설.엔지니어링을
3대 기축사업으로 하는 복합경영체제를 갖춰 2005년에는 매출규모
34조원의 세계1백대기업으로 도약하고 특히 철강부문에서는 포철이
세계1위의 철강기업으로 올라서도록 한다는게 "포스코비젼 2005"의
골자. 김회장이 이같은 경영구상에 따라 맨먼저 출자회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3대 기축사업과 관련이 없거나 "돈이 되지않는 회사"는 최대한 매각한다는
방침아래 43개계열사를 96년까지 16개로 축소키로했다.

이미 우진 가인전자등 8개 단순출자회사의 지분을 완전매각하고
동방금속등 7개사는 지분을 대폭 축소했다.

김회장은 임직원들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거양해운까지도 "돈이
되지않는다"는 이유로 매각처분했다.

철강부문에서는 광양제철소 종합준공이후 유지해온 양에서의 현상유지
정책을 바꿔 다시 설비확장에 나섰다.

2005년까지 모두 20조원을 들여 국내 6백만t,해외 2백만t등 8백만t을
증설,연산3천만t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영구조면에서도 파격적인 변화가 뒤따랐다.

김회장은 경영의 투명성과 조직의 유연성을 중시한는 "녹색경영"의
기치아래 과거 박태준회장의 카리스마적 일본식 경영체제를 토론을
중시하는 미국식 경영체제로 바꾸었다.

김회장은 제반 중요정책사항을 집단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경영위원회라는
최고의결기구를 신설하는 한편 실무책임자인 팀장과 본부장중심의
책임경영체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경영위원회에서 큰 줄기를 잡아주면 구체적 실행방안은 본부장과
팀장선에서 알아서 마련해 이행토록하는 방식의 경영이다.

김회장은 또 작년10월에는 포철주식을 국내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시켰다.

자금조달의 길을 넓힘과 동시에 포철의 위상을 국민기업에서 세계기업으로
한단계 더 올려놓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회장의 경영실적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이후 철강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않고
있으나 철강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판매업무를 출자회사로 넘길 때나 거양해운을 매각키로 결정했을
때 포철내부에선 김회장이 불황을 겪어보지못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기업인으로서의 김만제회장에 대한 평가는 어려운 시기를
한번 거쳐봐야 제대로 할 수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