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간 지적재산권분쟁을 둘러싼 무역마찰이 해결됐다.

미국 무역협상의 다음 표적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중 무역협상타결이 우리에게는 별로 반가운 뉴스가
아닌것 같다.

미국.중국 미국.일본사이의 무역갈등은 무역수지성적표로만 따지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이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295억달러였고 대일적자규모도
657억달러나 됐다.

우리의 대미무역은 93년 2억달러흑자에서 작년에는 10억달러의
적자를 반전됐다.

그런데도 미국의 통상압력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우리의 대응방식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상무부 무역대표부(CUSTR)는 물론 의회까지 똘똘 뭉쳐 시장개방압력
에 나서고 있다.

이런 판에 우리는 행정부터끼리도 서로 손발이 안맞는 대미무역협상태도를
보인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이 이달중순 미국방문중 미키 캔터USTR대표와
중요한 통상현안해결을 위해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로 그다음날
보건복지부가 무역현안인 육류유통기한을 업계자율결정에 맡긴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미국측의 당혹감을 산 것은 그 좋은 예이다.

미국측 통상담당관계자들이 한국에 대해 이미 문서화된 통상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하는등 한국측 통상파트너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에 귀를 기울릴 필요가 있다.

자동차시장추가개방 식품유통기한완화 지적재산권보호강화 통신시장개방확
대등 양국무역현안은 해묵은 문제일뿐 새로 돌출한 특별한 현안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무역현안들을 기술적 개별적으로 처리하려고하는 정부의
대응자세때문에 미국과의 무역갈등이 점점 꼬이고 있는 것이다.

무역현안을 진별로 취급하려는 미시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미국에
대해 국가전체적으로 신뢰를 쌓겠다는 협상자세가 보다 절실하다.

클린턴행정부는 지난해 중간선거참패이후 줄곧 공격적인 통상정책을
펴오고 있다.

일본과의 자동차협상이라든가 중국과의 지적재산권협상에서 보듯
일방적으로 협상시한을 정해놓고 협상에 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무역협상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같은 무역협상전략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대응방법은
우선 한미상호간에 신뢰부터 쌓는 일이다.

미통산관계자들을 맞아 27일부터 1주일간 예정으로 서울에서 진행중인
한미통상현안협의 결과를 주목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