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씨(33)가 자신의 문학과 삶의 역정을 고백한 자전소설 "개인
기록"을 발표해(계간 "문학동네"95년 봄호) 화제.

장씨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의 "재즈적인 글쓰기"의 원천이 "부권에 대한
부정"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너무나 무섭고 미웠기 때문에 책속으로 필사적인
도피"를 했고 이것이 끈질긴 독서습관으로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소년원 시절 체험한 사회의 부조리는 "정의감에 불타는 간수는 없다"는
시구로 축약돼 나타나는데 이는 제도와 조직의 또다른 부권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는 유일한 탈출구로 어머니의 종교였던 "여호와의 증인"을
택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또 군입대와 학교교육을 거부하며 독학인생을 걷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또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다는 부정의식과 "별난신앙"으로 인해
영원과 윤회를 거부하고 나아가 끝없이 자신을 바꾸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게
된 것이 자기문학의 원형질이라고 설명했다.

시에서 소설로 장르를 바꾼 것은 순전히 "시가 직업이 되지 않기 때문"
이었지만 한편으론 소설속에서 끊임없이 변신하는 인물들을 통해 "악의없는
거짓말로 엉뚱한 즐거움을 줄수 있어서"이기도 하다는 것.

그는 또 "아담이 눈뜰 때" "너에게 나를 보낸다"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등에 등장하는 은행원, 소설가, 사이비종교교주등의 인물과 함께 인생유전을
계속하는 것이 자기소설의 미래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작가들을 지사형, 예술지상형, 연예인형으로 나눈 그는 작가
스스로 "글쓰는 자의 고독"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와의 통로도 적극적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