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온탕"과 "냄비시장".

흔히 한국은행의 통화관리방식과 이로인한 시장의 움직임을 비아냥거려
하는 말이다.

금리가 조금 올라 은행이나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면 돈을 풀고,돈이
너무 풀렸다고 판단되면 갑작스레 자금을 빨아들여 금리상승세를
부추킨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지준을 막을때가 되면 하루짜리 콜금리가 법정
상한선인 연25%까지 오르는 것이 당연시되고 지준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며칠새에 10%포인트 이상 떨어져온게 현실이기도하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자금시장에선 우선 "당국의 예측가능하지 못한 통화정책"을 든다.

항상 "신축적"이란 표현을 쓰지만 이게 자금줄을 조이겠다는 것인지
푼다는 것인지 알수 없다는 뜻이다.

자금을 여유있게 공급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긴축으로 바꾼 예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은행들의 지준마감에 앞서
매번 환매채(RP)를 풀어 자금을 공급하고도 항상 한두개 은행에
대해 벌칙성자금인 유동성조절자금(B2)을 부과한 것을 예로 든다.

"한은이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수 없을 정도"라는게
은행자금담당직원들의 하소연이다.

최근 본지에서 은행등 금융기관의 자금부장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5명이 "통화관리가 예측가능하다면 콜금리가 연25%로
치솟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갈팡질팡하는 통화정책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중심통화지표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돈이 풀렸나 안풀렸나를 총통화(M2)를 보고 해석한다.

M2는 은행들의 고유계정(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현금)예금의 합계.그러나
제2금융권의 자금까지 포함하는 총유동성(M3)에서 총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떨어져 중심통화지표로서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M3에서 M2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의 경우 연말잔액을 기준으로
69.8%를 차지했다.

M2관리가 통화관리의 핵심이라고 볼수 있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90년에는 34.8%로 비중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작년 11월말잔액으로는 29.4%로 낮아져 중심지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실제 돈의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M2목표치를 달성하기위해
통화당국이 너무 직접적이고 경직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M2증가율목표를 19%대로 잡았던 지난 1월 한은은 20%를 넘기지않기위
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결국 M2증가율을 19.7%로 묶는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콜금리는
연일 연25%를 치닫아야 했다.

작년 11월 한국통신주식과열입찰로 야기된 자금시장의 일대 혼란사태나
12월의 기업은행주식공매때의 자금시장 교란현상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금융기관간의 자금이동뿐인데도 이같은 이동이 M2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통화당국은 M2를 잡기위해 잘 돌아가던 자금시장의 돈줄을
죄기시작했고 자금시장은 급속도로 경색됐다.

물론 M2가 통화수위를 가늠하는 가장 적합한 지표라면 이를 지키는게
의미가 있다.

그러나 금리자유화와 국제화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금리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미세한 금리차에도 돈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는등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이 70년대말부터 "M2+CD(양도성예금증서)"를 통화지표로 삼고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93년말 통화총량지표의
신뢰성저하를 시인하고 금리를 통화정책결정의 중요변수로 삼겠다고
표명한 것도 간과할수 없다.

우리도 장기적으로는 금리나 환율등을 중심지표로 삼아야 하고 중간
단계로서 통화지표를 "M2+CD"나 "M3"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않다.

한은에서는 은행들의 고유계정만을 관할하고 은행신탁계정을 포함한
제2금융권은 재정경제원에서 관장하는 시스템에서 이 둘을 엮는
통화지표를 생산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재정경제원이 만든 한은법개정안에서도 제2금융권은 그대로
재경원이 관장하도록 되어 있다.

중심통화지표를 바꾸는게 쉽지않은 일임을 예고한다.

정부가 한은법을 개정하면서 통화관리의 시스템도 전향적으로 바꿔
나갈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게 "냉탕온탕"식 관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금융계와 재계의 기대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