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사용자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모래시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PC의 기본 운영체제로 정착된 윈도즈가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수시로
모래시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래시계는 TV에서 방영되는 모래시계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PC에 들어있는 모래시계는 사용자가 지시한 명령을 현재 PC가 수행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표시일 뿐이다.

그림을 통해 각종 명령어를 표시하는 윈도즈는 화면에서 깜박이는 커서의
모양을 여러가지 형태로 바꾼다.

그림사용자지원방식(GUI)을 쓰는 윈도즈와 그 응용 프로그램들은 문자위주
의 명령체계(CUI)인 도스보다 속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동시다중작업과 손쉬운 데이터관리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사용자가
쉽게 쓰도록 하기 위해 속도를 희생시킨 것이다.

하나의 명령을 수행할 때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자 윈도즈는 사용자들이
화면을 보며 기다리는 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모래시계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화면에 아무런 변화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사용자는
현재 PC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알수가 없다.

모래를 떨어뜨리고 빙글빙글도는 모래시계는 현재 PC가 정상임을 의미한다.

또 모래시계는 사용자들이 실제 느끼는 PC의 체감속도를 나타낸다.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때 모래시계가 몇바퀴 도는지로 사용자들은
PC의 처리속도를 측정할수 있다.

사용자들이 느끼는 PC의 속도는 CPU의 빠르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CPU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서 PC 처리능력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속의 CPU에 걸맞는 주변기기의 개발과 운영체제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제대로 속도를 낸다.

윈도즈에서 보여주는 모래시계가 PC의 능력을 가장 정확하게 재는 도구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