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리스사"란 간판을 걸고 있는 곳은 모두 25개에 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간판만이 아니다.

은행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점도 똑같다.

25개의 전업리스사 모두가 은행의 자회사란 얘기다.

리스사를 가지지 않은 은행은 하나 보람 평화등 "후발은행 3총사"와
제주 강원은행등 5개뿐이다.

20개 일반은행들은 물론 5개 특수은행들도 리스회사를 자회사명단의
맨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은행들이 이처럼 앞다투어 리스사를 갖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리스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왔다.

80년대 중반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종합금융그룹을 본격 선언한 것도
계기가 됐다.

비교적 적은 자본과 인력을 투자하고 어엿한 자회사를 거느릴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

정부에서 리스회사설립에 융통성을 둔것도 한 요인이었음은 물론이다.

실제 리스사들은 각 은행의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장사가 어려웠다는 지난 93회계년도(3월결산)만해도 총1천6백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92년의 1천3백58억원보다 19.3%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덕분에 은행들은 매년 10%이상의 배당을 받아 "종자돈"투자에 따른
비용을 거의 회수했다.

더욱이 장사가 되는 리스회사인만큼 임원수를 늘리는 것도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늘린 자리는 자동적으로 은행의 인자적체해소창구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총19명의 신임임원중 16명이 은행출신이었다.

고참임원이나 부장들이 때가 되면 리스사임원으로 입성하고 있다는 증거
이다.

은행들이 거느린 리스회사는 이렇듯 형식상으론 그럴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 투성이다.

우선은 실적이 그렇다.

지난93년하반기부터 일기시작한 덤핑경쟁으로 리스사들은 서서히 멍들고
있다.

실행실적이 4-5년후에야 나타나는 리스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익
규모는 감소할수밖에 없다는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은행은 이에대한 대책은 없다.

그냥 "지금이 좋으니까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는 식이다.

은행과 리스사와의 관계는 더욱 한심하다.

말만 자회사이지 구조적인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은행은 없다.

동일한 거래업체에 대해 은행과 리스사가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은행도 찾아보기 힘들다.

신한은행만이 복합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을뿐 다른 은행들은
그저 "그룹사장단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한 지붕"임을 확인하는게
고작이다.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리스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하면 "수렁에 빠져가는
자식을 방치해 놓고 있다"고 표현해도 틀릴게 없다.

은행들이 리스사를 철저히 양로원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툭하면 고참임원을 내몰다보니 임원수가 모회사인 은행보다 많은 리스사가
많다.

역사가 가장 오래된 산업리스의 경우 임원은 모두 10명에 달한다.

직원(2백53명)은 산업은행(2처6백70명)의 10분의 1수준인데 임원수
(산업은행 11명)는 비슷하다.

이러니 리스사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임원들도 자리가 불안해 쉽게 일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는건 마찬가지다.

자신이 "낙하산"을 타고 선임자를 밀어낸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 어떻게
떨려 나갈지 불안해서이다.

따라서 이제는 은행들이 리스회사에 대한 경영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 은행도 리스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자위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계의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된 금융기관중 망하는 곳이 나온다면
첫번째는 리스사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책임의 상당 부분은 모회사인 은행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