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급등과 구득난으로 조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

원자재난은 제지 전선 전자부품 플라스틱 부엌가구업체에 타격을
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일부 업종에선 조업단축사태까지
몰고 오고 있다.

원자재난은 국제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와 국내 경기의 호황이
맞물려 쉽게 수그러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관련업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제지업계는 올들어서도 펄프와 고지가격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구득난이 심화돼 중소업체들의 경우 공장가동이 힘겨울 정도이다.

한솔제지등 대형 제지업체들은 비싼 가격에라도 적극적으로 원자재
확보에 나서 안정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원자재
난에 허덕이고 있다.

반월공단에서 골심지를 만드는 신대양제지는 하루 7백50t의 고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원자재확보가 제대로 안돼 재고가 적정량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회사 자재과관계자는 "10일정도의 재고를 가져야 안심하고 제품생산에
나서는데 지금은 3일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골심지와 라이너지를 생산하는 대림제지도 적정재고의 절반밖에 확보하지
못해 고지구입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지역의 업체들은 조금 나은 편이다.

지방소재업체들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지조합 관계자는 "지방업체중에는 제때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조업을
단축하고 생산을 줄이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고지가격은 박스지를 기준으로 지난해 중반 t당 6만5천원에서 2월초엔
11만원으로 69.2%나 뛰었다.

또 국제펄프가격도 지난해초 t당 3백80달러(하드우드 표백화학펄프기준)
에서 7백60달러로 1년새 2배로 올랐다.

전선업체들은 국제 동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의 동가격은 93년말 t당 1천7백24달러에서 지난달말
3천9달러로 1년여동안 74.5%나 급등했다.

이같은 원자재가 급등여파로 채산성을 맞추지 못한 중소 전선업제들이
지난 1년새 10여개사가 부도를 내거나 조업중단으로 문을 닫았고 나머지
업체들도 구득난과 채산성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LG전선 이황주부장은 "대부분의 전선업체들이 원자재가격을 제품가격에
충분히 반영치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국제 동시세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어서 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업체들도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중 t당 4백달러선이던 폴리스틸렌이 2월초엔 1천달러선으로
앙등, 1백50%나 올랐고 다른 석유화학원료들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히
상승해 몸살을 앓고 있다.

충주에서 농업용비닐과 천막지등을 만드는 중앙프라스틱의 관계자는
"가격상승도 문제지만 구득난이 더 문제"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폴리스틸렌의 재고가 적어도 10일치는 확보돼야 안정적인
제품수출이 가능한데 5일치밖에 없어 가슴 졸이고 있다.

전자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업체들은 원자재인 페놀원판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전자를 비롯한 페놀원판업체들은 연초에 평균 6%의 페놀원판가격을
올렸다.

이들업체들은 원판의 원료인 종이 동박 수지의 가격인상으로 불가피하게
제품가격을 인상했다고 PCB업체에 통보해 다.

반면 PCB업체들은 이들 제품을 주로 대형 전자업체에 납품하고 있는데
가격인상은 커녕 전자업체들로부터 납품가격인하요청을 받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엌가구업체들은 씽크원자재인 스테인리스강판의 가격급등과 품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에넥스의 박인수구매부장은 삼미특수강에 2월중 1백30t의 스테인리스강판을
주문했으나 잘해야 1백t밖에 줄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부족분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넥스가 오랫동안 삼미와 거래를 해온 단골고객인데도 원자재확보가
쉽지 않은 형편이어서 다른 부엌가구업체들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샘의 구매관계자는 "스테인리스강판의 재고가 적정재고인 보름치의
절반인 일주일분에 불과하다"며 원자재확보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부엌가구업체인 D사의 경우 원자재구득난으로 생산을 20% 줄였으며
몇몇 업체들도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스테인리스강판은 국제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생산이
이에 못따르는데다 원자재인 크롬값의 상승이 겹쳐 가격상승과 구득난이
나타나고 있다.

스테인리스강판가격은 지난해말이후 평균 10%가 올랐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