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표된 외환제도개혁방안은 재정경제원의 발표대로 "1단계"조치의
수준에 머물렀다.

민감하거나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모두 뒤로 미루고 "손대기
쉬운"것들만 처리했다.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굵직한 과제들은 하반기이후나 2~3단계(96~99년
)과제로 미뤘다는 얘기다.

<>연지급(외상)수입기간연장 수출선수금영수한도확대 <>상업차관도입허용
<>해외부동산투자및 교포의 국내재산반출허용등이 연기된 사례다.

이런 항목들은 추가허용 또는 완화범위까지 구체적으로 발표됐던
내용이기도 하다.

이같이 본류엔 손을 못댄채 곁가지만 정지하는데 그침으로써 이번
방안이 "개혁"이라기엔 미흡하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개인의 해외경비사용제한등은 상당폭완화하면서 기업의 대외결제및
외화조달과 관련된 사항은 대부분 미뤄 기업쪽에선 "함량미달"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경원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국내외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멕시코의 페소화 폭락사태와 연초부터 계속되는 국내 금융시장의
혼조로 인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페소화 폭락사태의 경우 "돌발사태"이긴 하지만 급작스런 자유화가
빚어낸 대표적인 부작용의 사례여서 이를 무시할수 없다는 것이다.

또 1월중 총통화증가율이 19%를 웃도는 상황에서 외화유입과 이로인한
통화증발이 뻔한 외환자유화를 밀어붙일수는 없었다는 해명이다.

어려운 국내외 현실을 보면서 "자유화"라는 명분만 고집하다가
시행착오를 겪느니 차라리 계획을 수정해서라도 현실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다.

무리한 "이상"을 쫓다 낭패를 당한 과거의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이같은 선택이 트집잡힐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당국의 예측이 빗나갔고 이로인한 계획수정으로 사업계획을
세워놓았던 기업들이 일부 차질을 빚게됐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작년에 대대적으로 공표했던 외환자유화계획이 "돌발사태"에 대한
대비책없이 마련됐다는것이 이번 수정으로 반증됐다는 점이다.

"검증"없이 계획이 짜여졌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세계화"의 첫단추가 외환자유화라던 캐치프레이즈도 "구호"로
끝나고 말았다.

김영삼대통령의 "세계화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의 대외활동에
대한 제한을 가급적 빨리 없애겠다는게 당초의 주장이었다.

결국 1단계외환제도개혁은 지난 30여년간 유지돼온 "외환집중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적지않은 변화를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할수
있었던 상황을 계산에 넣지 못한 당국의 안일한 판단으로 인해 "시행전
수정"의 사례로 남게 됐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