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그러나 지난2년동안 문민정부가 보여준 경제정책은 해방이래 역대 정부가
써오던 정책을 구태의연하게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화정책만 보더라도 통화량(M2)증가한도를 전년동기대비 25%다 혹은 17%
다 하는 일정수준을 제시해 놓고 이를 지키는데만 온갖 힘을 쏟아왔다는
지적이다.
물가정책도 전년말대비 5%등 주먹구구식의 물가상승 상한선을 그어놓고
이선을 넘어서려 할때마다 관계 공무원을 동원, 세무조사를 들먹이며
상인들을 협박하여 잠시 환원조정케 했다가 몇달뒤엔 슬그머니 올려 주는
구태를 못벗고 있다고 봐야한다.
새해들어 콜금리가 연19%로 치솟는가 하면 회사채수익률이 연15%로 뛰는등
금융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자 6천억원의 환매채(RP)를 되사들여 간신히
금리오름세를 다소나마 진정시켜 놓았다.
그러나 언제 또 그런 "이변"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정부의 통화정책이 이같은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는 M2증가한도라는 우상을
만들어 놓고 이를 지키려고만 급급해하는 과거의 타성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같은 "이변"에 대해 혹자는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가볍게 보고 있지만
사실은 돈흐름의 현저한 단층변화에 따른 구조적현상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현행통화정책을 그대로 끌고가는한 자금시장의 이변아닌 이변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돈흐름의 이러한 구조변화를 일으킨 요인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결정적인
것은 주식을 사기위해 외국인돈이 대거 들어온 점을 들수 있다.
들어왔다 빠져나간 돈을 뺀 잔액이 93년말 77억달러, 94년말 97억달러로
어림잡을수 있으니 우리의 통화유통구조에서 종래엔 없었던 요인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매입자금은 금융자산거래(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이므로
실물자산거래상의 영향은 극히 적은 것으로 보지 않을수 없다.
그들은 주식을 샀다가 시세차익이 남으면 팔고 나가는 이른바 "핫머니"들
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주식매입자금중 일부는 시멘트나 철근등 실물자산거래에
흘러들어가는 부분도 있겠지만 대부분 금융자산거래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식이다.
이는 비단 외국인 주식매입자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도 주식과 채권등 금융자산거래에서만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선 외국인 주식매입자금과 다를 바 없다.
여기서 유의해야만 할것은 실물자산거래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반면 금융자산거래에서의 통화량은 간접적인 것이어서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경제는 재정적자가 2천억달러에 이르고 국제수지적자도 1천억달러가
넘고 통화량증가한도도 없지만 물가상승률이 4%를 밑돌고 있다.
금융자산거래와 실물자산거래에서 통용되는 통화의 비율이 약10대1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통화및 물가정책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통화유통구조에
대한 보다 면밀한 재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자들은 통화가 늘면 1년쯤 지나서 물가도 오른다는
정도의 그릇된 사전 지식에 사로잡혀 있는듯하다.
주식 채권등의 금융자산거래비중이 실물자산거래를 3배나 웃도는 지금에
와서도 금융자산거래가 미미했던 시기의 접근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으니
시행착오가 발생되지 않을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콜금리가 작년12월 연25%까지 치솟는 "이변"이 생긴 것도
당연하다.
특히 현행 통화관리방식에 종지부를 찍지 않을수 없는 것은 중소기업들의
부도증가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 부도율은 평상시 0.04%이던 것이 작년엔 0.18%로 급격히
높아졌다.
당연한 결과지만 중소기업의 도산도 크게 증가해 작년엔 1만2천8백여개가
쓰러졌다.
이들이 대개 한계기업인 탓도 있지만 철지난 통화관리방식에도 큰책임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정부는 M2의 양적규제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실물거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외국인주식자금등 금융자산비중증가로 빚어진 통화량증가
부담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비중 축소로 상쇄시켜 버림으로써 중소기업의
엄청난 도산을 유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M2수량통제를 통한 물가잡기는 실물자산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은 후진국
에서나 제구실을 할수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미국이나 일본 대만처럼 금융자산거래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으니까 선진국들에서처럼 장바구니물가만 잡으면 물가를 4%아래로
잡을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5.6%는 공공요금(9.9%)과 장바구니물가
(7.7%)및 공산품물가(2.1%)등이 서로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빚어낸 것이다.
이를 다시 분석하면 장바구니물가가 공공요금을 주도했으며 공공요금이
전체물가상승을 주도한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제는 물가정책도 통화나 죄는 낡은 통화관리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설농탕집이나 찾아다니는 "행정지도"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장바구니물가를 잡는데 전력하는 선진국형으로 나아가야할 때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