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1일 발표한 대북한 엠바고조치 일부해제내용을 접한 우리정부
관계자들은 "매우 초보적이고 상징적 성격의 조치에 불과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과의 일반적인 무역거래나 투자및 금융거래는 여전히 금지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원조금지도 풀지 않아 실질적인 제재조치는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정부가 북한으로부터 마그네사이트직수입과 수입에 따른 직접금융거래
를 예외적으로 인정하기는 했지만 이 내용도 무역해제를 의미하는 측면보다
는 상징적인 조치로 정부 당국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미국무부가 이처럼 상징적인 수준에서 엠바고조치를 해제한 이유는 크게
세갈래다.

우선 지난해 10월21일 제네바 북.미합의에 따라 미국이 3개월이내에 취해야
할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북.미합의 약속은 지키되 북한의 합의이행여부에 따라 엠바고조치의
"보폭"을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외교가 북한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는게 아니냐는 국제여론을 의식,
이번 엠바고해제 조치부터라도 자국의 이익을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둘째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했다.

북.미관계개선이 남북한 관계개선과 병행돼야 한다는 우리정부의 입장과
맥을 같이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정부와의 대화보다는 미국과 직접협상을 계속 해온터여서
남북관계는 고립되는게 아니냐는 한국측 입장을 배려한 셈이다.

때문에 미국정부는 엠바고조치 해제 발표에 앞서 한국과 완화조치의 범위
및 시기를 선정하는데 사전에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째 미국이 지난 50년 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일체의 경제행위를
금지시킨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령을 개정하거나 의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들은 제외하고 행정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치들만 해제한게 이를 반영한다.

일반적인 무역거래 투자및 금융거래를 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국제전화
개설을 허용하면서도 북한의 국내전화망 설치를 위한 장비나 기술지원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다.

경수로 지원사업등과 관련된 미국기업의 참여범위도 기존 법규 범위내에서
사안별로 승인을 검토하겠다고 못박고 있다.

미국정부가 부분적으로 엠바고조치를 완화했지만 이번 조치는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을 예고하는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미정부는 지난 88년 북한과 학술 스포츠 문화분야등의 교류를 허용, 어디
까지나 비정치적 인도적 목적으로만 교류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미.북한간 경제분야 빗장이 열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산 마그네사이트를 직수입하는 것이 식량교환을 위한 전단계
라는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상무부는 북한으로 보낼 소맥(11억달러상당)과 쌀(3억5천만달러규모)에
대해 수출승인을 해놓고 있다.

아무튼 미국정부의 이번 조치는 초보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북.미간
관계개선이 남북대화 재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정부의 입장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순으로 볼수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