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연구하는 사람의 창의성은 규제나 간섭, 혹은 통제속에서 표출되는 것이
아님을 다른 여러 선진국의 경험에서 익히 잘 알수 있다.
비록 산업체 연구소라 하더라도 연구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을 규제나 속박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그같은 자유로운 연구행위가 보장될때 기대하는 연구결과를 얻게 된다.
다만 연구관리자는 연구자가 제시한 연구계획서대로 연구결과가 도출
되었는가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하여 연구지원의 계속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연구수행중 연구자에 대해서 간섭이나 규제가 가해짐으로써 발생할 연구
부진의 책임은 연구원의 몫이 될수 없다.
출연연구소에 대한 관주도의 평가 통합 분리등 연구원의 신분이나 연구
분위기를 흔들어 놓는 일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있었다.
이같은 조치나 변화는 연구원들의 의욕을 위축시키고 연구원을 또 다른
관료로 변신하게할 뿐이다.
설사 연구소운영의 조절이나 개선이 필요할때라 하더라도 연구원의
자유로운 연구활동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요새도 출연연구소의 연구성과가 부진하다해서 불만인 층이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연구원의 태만에서가 아니라 연구관리자의 관료적 운영
행태에서 찾아야 할것이다.
결국은 연구원이 자유롭게 연구할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이들이
신바람나게 연구할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 결과를 기다릴수 있는 느긋함이
오히려 빠르고 알찬 연구결과를 창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연구기관운영에 대한 근본철학을 바꾸어야 한다.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또 최고 최초 제일의 연구결과를 얻어내는
주체는 사람이다.
그 연구결과가 경제와 직결되는 경우 연구경쟁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1등이 되기위해 그처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요새와서는 일본마저 국제수준급의 연구자를 영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경쟁에 이기기위해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연구자를 발굴하는 것을 최우선
사업으로 하고 있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이들을 과감히 등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연구소들은 국.공.사립을 막론하고 호화스런 건물을 짓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또 시설을 갖추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연구자를 채용함에 있어서는 극히 인색하다.
연구주체는 건물이나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어느 목적의 연구에 적합한 외국인 학자가 있다면 그를 과감히
연구원으로 써야 한다.
9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도 이제는 변신하여 상당수의
외국인학자를 등용하고 또는 그들에게 연구책임을 맡기고 있다.
또 한가지는 연구품목이나 개발품목의 종류에 따라서 기업체 연구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구인력과 투자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개별 업체 연구소가 일본
이나 미국등 선진국과 무한한 경쟁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같은 불리를 극복하여 선점하기 위해 인력과 자금을 결집시켜
연구역량을 높여야 한다.
공동연구결과 얻은 결실은 공동배분하는 것이다.
또 부족한 기술을 견뎌내고 기술이전을 촉진할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선진국의 선도적 연구소와의 협력연구, 연구소에의 공동투자,
연구소의 공동운영등이다.
외국의 가장 활발하고 업적이 두드러진 연구소와의 연구제휴 필요성은
산업체연구소만이 아니라 출연연구소, 대학의 연구기관에도 해당된다.
이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낙후된 기술혁신능력을 키울수 있다.
넷째 일본의 이화학연구소를 비롯한 선진국의 많은 연구소들이 침체되고
경직된 연구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하여 "프로그램"지향의 연구체제로 전환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연구소들도 분야에 따라서는 그같은 "프로그램"
연구체제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정기간동안 수행될 연구과제를 정하고 이 연구에 참여할 연구자들을
계약에 의하여 등용해야 한다.
유능한 외국인 연구자들도 연구에 참여시켜야 한다.
또 박사후과정생(Post-doc)이 연구의 중심인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되면 연구원들은 계약에 의하여 채용되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연장
되지 않는한 떠나야 한다.
이 때문에 연구원의 신분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이 제도는 때를 가리지않고 첨단분야의 연구과제를 쉽게 채택할수 있고
참신하고 능력있는 연구인력을 투입할수 있어서 연구분위기가 활기차진다.
중간에 연구내용과 방향을 평가하여 계속여부를 결정하고 새로운 연구분야
를 설정, 그에 따라 새로운 연구원을 계약영입해야 한다.
연구소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항상 융통성있게 새로운 첨단분야의 연구과제
를 선정, 연구수행할수 있어서 우리도 이같은 연구소운영방안을 시도해
볼만하다.
다섯째 우리는 국제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연구분야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국제교류를 펴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의 연구실정을 알지 못하여 자신의 연구결과를 최초 발견인
것처럼 발표하는 경우가 우리에게는 있다.
이같은 일은 우리가 아직도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의 연구결과를 국제적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도록 지원할뿐 아니라
비록 발표거리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의 전문학자를 학회에 참가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근래 우리나라 학자들의 국제학술행사에의 참가횟수가 늘어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참가인원수나 빈도에는 아직도 비교할수 없을 만큼
적다.
학술행사에의 참가를 마치 관광여행인 것처럼 생각하여 그 참가를 억제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세계적 학자와의 접촉.교류는 자신의 연구발전을 위하여서도 필요하지만
그들과의 제휴가능성이 커져 그들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커진다.
또 우리가 주최하는 학술행사에 외국 저명학자들을 초청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연구결과를 들을수 있는 좋은 기회일뿐 아니라 그들과 우리 학자들
과의 공동연구 기회가 늘고 그들로부터 필요한 학술정보를 쉽게 얻을수
있다.
연구의 국제화는 곧 세계화의 한가지 형태가 될 것이다.
이같은 학술활동을 정부 기업 대학등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기술상위권진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이미
정부는 2000년까지 GNP의 5%까지 연구개발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이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연구분위기를 확보하고 연구
체제를 다시 정립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부가 할일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를 주관하거나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의식의 대전환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연구개발노력에 의해서만 우리의 경제는 되살아날수 있다.
연구개발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끝내는 두번째 한강의 기적을 창출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다시 아시아 선도국으로 부상하게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