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서 경쟁이 없는 적은 없었지만 경쟁의 범위와 정도가 오늘날
처럼 폭넓고 치열한 적은 없었다.
WTO체제의 출범과 때를 같이 하여 올해 우리의 국정목표로 세계화가
제시됐다.
세계화의 개념이나 세계화추진 방향에 대해 사람들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세계화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세계와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화는 우리의 생존전략이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다는 것은 경쟁력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경쟁력없는 세계화는 구호에 불과할 뿐 의미가 없다.
경쟁력강화는 어느 특정 부문에서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산업 교육 관행과 제도 어느 부문을 막론하고 세계일류로 발돋움
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무어라 해도 경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세계화에 앞장서야 할 첨병은 기업이다.
경제전쟁을 치르는 주역은 기업이다.
정부는 지난11일 세계화추진위원회민간위원 20명을 위촉했다.
앞으로 구체적인 세계화추진 방향설정과 실행작업은 이 위원회를 중심
으로 펴나가게 될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일이 풀리는건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민간위원으로 학계,연구기관,사회단체,문화계,기업인사를
망라했다면서 정작 기업인 경제인은 한사람도 눈에 띄지 않는다.
세계화를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제인이 그 많은 위원중에 한명도
끼이지 않았다는건 무엇인가.
세계화는 정부에서만 추진할수 없고 모든 부문,모든 기업,모든 개인이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또 자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흔히 민간부문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행정규제완화가
논의돼온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일이다.
이 문제만을 놓고 보더라도 경제인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불합리한
규제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고쳐져야할 것인가를 경제인들에게
물을 필요가 있다.
경제인들의 목소리를 듣자는 것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옹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경제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경제인의 현장경험을 정책에 반영해서 잘못된
것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을 때 그동안 각종 위원회의 추진계획이나 보고서가
그랬듯 현실과 괴리된 관료적 공론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세계화의 초점은 경제이며 한국을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한국기업을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과연 경제인이 빠진 세계화민간위원회가 이 문제를 제대로 풀수 있을
것인가.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