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와 발탁" 한국은행에선 12일 이 두 단어가 하루종일 회자됐다.

몇차례 시중은행장후보로 올랐던 신복영부총재가 금융결제원장으로
나간데 대한 아쉬움과 한은 안팎에서 미래의 총재감으로 꼽고있던
유시열이사가 선임자들을 제치고 부총재로 승진된데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김명호총재는 이날 인사의 배경을 "순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내부는 물론 외부의 의견까지 모두 수렴한 최선의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신 신임원장의 경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장은 은행장급으로 분류되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한은감사나 은행감독원부원장이 나갔던 자리였다.

한은부총재가 직접 나가기에는 다소 격이 떨어지는것 아니냐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원장은 그동안 서울신탁은행이나 외환은행등 시중은행장 자리가 빌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각 은행의 은행장추천위원회에서 자행출신
들을 우선 선호하는 탓에 자리를 옮기지 못했었다.

물론 금융의 전산화가 확산되면서 금융결제업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 신원장이 차제에 금융결제원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위해 자리를
옮겼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결제원장으로서의 활동양상에 따라선 다른 시중은행장이나 한은으로의
복귀도 가능할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찬문 전원장은 공석이 된 전북은행장으로 갈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으나 아직은 불투명한 편이다.

한은은 유이사가 부총재로 승진한 것에는 환영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2년 한은법개정으로 수석부총재가 부총재로 개편된이후 10명의
부총재중 이사에서 부총재로 수직승진한 것은 4명뿐이었다.

특히 지난 83년 이강수이사가 부총재로 올라간 이후로는 13년만에
유부총재가 처음이다.

부총재는 주로 외부에서 오거나 김명호총재처럼 은행감독원부원장에서
자리를 옮긴게 관례였다.

따라서 한은직원들은 한은 안팎에서 신망이 높은 유부총재가 "집안살림"은
물론 한은독립과 관련해서도 든든한 방패막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김영대 조사1부장의 임원승진으로 임원인사가 일단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부장급을 포함한 후속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초 뚜껑이 열릴 조직개편과 맞물려 생각할때 인사는 "대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선은 임원승진서열 1순위로 거론되던 김부장이 이사로 올라간 만큼 후속
인사에서도 "서열"이 중시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김총재의 인사스타일이 서열중심에서 점차 발탁을 가미하는
쪽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는게 행내의 지적이다.

의외의 파격적인 인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그래서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