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자 오홍석씨(60.동국대교수)가 한국의 수많은 지명이 지닌
의미와 성격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땅이름 나라얼굴"(고려원간)을
펴냈다.

"땅이름을 통해 우리는 그 나라의 숨결을 느낄수 있습니다.

땅은 단순히 자연적인 무대일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정신세계 문화
역사등이 깊숙이 녹아들어가 있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죠" 지명의
유래를 설명한 책은 그간 적잖이 나왔지만 대부분 마을 사람들의
구전에 바탕을 둔 비과학적인 것들이었다.

그러나 "땅이름 나라얼굴"은 지리학자의 저서답게 동국여지승람등
문헌상의 기록,자원적 의미에서 유래를 찾고있다.

색다른 분류방법을 선택,일반인도 쉽게 알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
이책에서 풀이한 지명은 줄잡아 600여개.이를<>하늘과 별의 운행<>방위
<>생김새<>기상과 기후<>산업과 경제<>도덕과 신앙등의 범주로 나눠놓았다.

충남천안의 연원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수 없는 하늘의 능력에서 찾은
것 등이 그 예.고려태조 왕건은 천안을 가리켜 "천 지지(하늘이 만들어
놓은 요새)"라 이름붙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천안이란 지명이 생겨났다는 식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인천 경북 의성 신의주 전북 태인은 사덕과 오상의
맥락, 한산도 수안보 광한누 청운동등은 기상과 기후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지리학을 하다 보면 작은마을들이 모자이크된 것이 지구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행정구역의 최소단위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제주도출신인 오교수가 지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4.3항쟁의 영향이
컸다고. 4.3항쟁 이전에는 한라산만 보이는 제주도 내륙지방에서
살다가 이 사건으로 생가가 전소돼 해안지방으로 옮겨가고,그로 인해
지형의 다양함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는 얘기이다.

서울시가 만든 "서울600년사" "한강사"중 마을생활사를 집필한 그는
요사이 땅과 인물 묘지문제를 다룬 책도 구상하고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