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 경북대 교수/경제학 >

[[[ 동북아경제협력과 남북한경제통합 (상) ]]]

먼저 동북아경제협력의 개념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동북아경제협력은 지리적으로 동북아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국가간의 역내
협력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동북아라고 하는 지역을 마당으로 한 세계협력
(World Cooperation)을 의미하는가.

필자는 후자의 입장에서 개념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동북아각국은 역내 그 어느국가보다도 지리적으로 역외국가인
미국과 정치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세계최대의
미국 중요시장과 세계최고의 미국 과학기술에의 접근을 강화하는 것이
동북아경제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미국이나 EC등의 동북아경협에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것이
동북아의 개방과 균형을 달성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동북아경제협력은 오히려 이 지역을 무대로 한 세계각국의
자유로운 참여로 이지역의 균형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지역적 세계화
(Regional Globalism)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남북한의 통일문제 혹은 경제통합의 문제를 왜 동북아적 규모에서 접근
하려고 하는가.

먼저 이 점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우선 남북한 양자간의 경쟁과 대립이 첨예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
다자관계의 틀속에서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부담이 적고 효율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남북한 문제는 실은 양자간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
다자관계의 문제로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말하자면 사강의 협력과 지원하에서 남북한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측면이
있는 것이다.

동북아는 구제국주의 유산과 냉전의 유산으로 국제관계가 비교적 생경하고
강성이다.

따라서 동북아경제협력의 기류를 살리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동북아의
국제관계를 유연하고 친근하게 만드는 첩경이기도 하다.

끝으로 위의 두 측면을 뒤집어서 남북한이 동북아 다자관계를 연결시켜
주고 완충시켜주며 조정해 나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동북아에 있어서 일본의 이니셔티브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강대국이
저항할 것이고 중국의 이니셔티브는 일본을 비롯한 다른 강대국들이 반대할
것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동북아의 다자관계가 원만히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복판에
있으면서도 어느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남북한의 이니셔티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말하자면 남북한관계가 잘되면 동북아가 잘되고 동북아가 잘되려면 남북한
관계가 잘 되도록 해야 하는 구조를 재발견하고 그 구조를 남북한이 앞장서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유럽연합(EU)에 있어서의 벨기에 모델의 동북아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