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대한.중앙"

금융계에서는 투금업계 선두그룹을 이같이 부른다.

이들3사가 투금업계를 앞에서 이끄는 "삼두마"라는 의미와 "그중 선두마는
동양"이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지난91년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과 한양.금성투자금융(보람은행)이 은행
으로 전환한 이후 줄곧 선두를 지켜온 동양투자금융을 앞에 놓고 대한투자
금융과 중앙투자금융이 바짝 뒤쫓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같은 투금업계의 판도에 최근 이상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94사업연도 상반기(94년7월~12월)가 마무리되가는 현재 대한과 중앙이
동양을 슬그머니 앞서있는 형국이다.

이익과 여수신등에서 동양은 이미 선두가 아니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것 같았던 동양의 아성이 불과 5개월도 못돼
허물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1월말 현재 영업이익은 중앙 대한 동양순이다.

중앙투자금융은 지난6월부터 11월까지 2백4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한투자금융도 1백89억원의 이익을 냈다.

반면 지난5개월동안 동양투자금융이 낸 영업이익은 1백17억원.

중앙 영업이익의 47%, 대한의 62%에 불과하다.

외형면에서도 동양은 뒤로 처지고 있다.

여수신 모두 대한이 1위이다.

동양은 총수신(5조3천9백억원)에서 대한에 6백억원정도 뒤져 있다.

총여신에서는 대한(4조9천7백억원) 중앙(4조8천5백억원)에 이어 3위
(4조5천9백억원)에 머물러 있다.

동양투금의 주가 역시 대한 중앙에 밀리고 있다.

동양투금의 주가는 6월까지만 해도 중앙 대한보다 각각 1천~2천원정도
높았었다.

그러나 26일 현재 5백~3천원정도 낮다.

94사업연도 상반기(7월~12월)중 영업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물론 94사업연도가 내년7월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들3사의 승부
는 끝나진 않았다.

그러나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너무 격차가 벌어져 하반기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중앙투금 유영희기획부장)는게 중앙 대한투금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러나 동양의 얘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영업수익의 차이는 주식투자결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고 여수신규모의
차이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게 동양측 주장이다.

동양은 우선 영업이익에서의 순위바뀜이 증권부문이익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양은 지난5개월동안 주식및 채권분야에서 2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중앙은 2백4억원, 대한은 1백30억원의 이익을 거두었다.

반면 증권부문을 제외한 금융부문에서는 동양이 대한과 중앙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5개월동안 동양투자금융은 자금시장분야에서 1백74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반면 대한은 1백19억원, 중앙은 1백9억원의 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금융기관이 자금시장부문에서 잘해야 한다. 주식투자에서 금융기관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동양투자금융 한동우사장)
는게 동양측 논리다.

동양은 또 회사경영방침이 양에서 질로 바뀌면서 외형이 줄어들었지만
수익에서는 여전히 선두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위주의 여수신보다는 마진폭이 큰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을
확대했다. 전체외형은 대기업에 대한 여수신 감소로 대한과 중앙에 뒤졌지만
중소기업여신이 올해초 1조1천억원에서 현재 2조3천억원수준으로 늘어나
수익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동양투금 김재석이사)

물론 동양측 주장에 대해 중앙과 대한이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중소기업여신이 별탈 없지만 경기가 나빠질
경우 여신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 올수도 있다. 또 증권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식투자이익은 정당하게 평가돼야 한다"(중앙투금
손완식상무)

"금융기관의 여수신규모는 여전히 중요하다. 일부에서는 고수익을 강조
하지만 예대마진은 적지만 기업에 대한 여수신을 늘리는 박리다매가
금융기관으로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대한투금 박병철기업금융부장)

이때문에 투금업계에서는 동양 대한 중앙투자금융의 선두다툼을 특정
지표만 갖고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영방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순위메김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영업패턴에서 계수쟁쟁을 벌이던 지금까지의 영업패턴에서 탈피,
삼인삼색을 내면서 제갈길을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