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전자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TFT(초박막)LCD분야에서도 일본
추월의 신화를 기록할 것인가.

삼성전자 금성사 현대전자등 국내전자업체들은 내년부터 TFT-LCD를
양산,이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 추격에 나선다.

이에따라 메모리반도체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일본업체와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하면서 첨단전자소재분야의 세계제패를
꿈꾸는 국내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TFT-LCD는 영상전자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영상소자로 벽걸이TV등에 광범위하게 쓰일 첨단영상소재이다.

세계시장규모는 내년에45억달러,2000년에는 1백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같은 황금시장 독점으로 첨단기술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일본업체들과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이분야에서도 세계최고의
위치에 올라서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는 국내업체의 다툼은 "경쟁"을
넘어선 "전쟁"의 상황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업체들이 양산을 앞두고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업체들의
덤핑공세와 특허문제.일본 기업들은 최근 대규모 설비증설에 나서면서
생산량확대를 준비중이다.

일본업체들은 국내업체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가격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일본기업들은 지난 84년말 삼성전자가 64KD램을 양산하기 시작
했을때 당시 개당 3달러50센트에 달했던 가격을 1달러로 낮추고 85년
3월에는 30센트까지 떨어뜨려 삼성전자를 곤경에 몰아넣었다.

국내전자업계는 일본의 덤핑공세를 우려하면서도 메모리반도체와 같은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저가공세가 시작될 경우 초기에 타격을 입겠지만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극복할수 있다는 뜻이다.

특허문제는 국내업체의 "아킬레스의 건"이기는 하나 일본업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최소한 일본과의 경쟁에서 별다른 문제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특허료지불이 불가피한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갖고
있는데다 일본업체들은 응용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업체들이
소유한 응용특허로 상쇄하는 이른바 "크로스 라이선스"로 일본업체의
특허공세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만을 하기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스템구동반도체 게이트어레이등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이분야에 28억달러의 자금을 지원,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일간의 기술격차를 좁히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국내업체들은 내년부터 4억달러어치 정도를 생산,세계시장의 5%를
점유한후 2000년에는 매출액 35억달러를 달성,시장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업체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은 일본업체를 추월해야만 달성될수
있어 한일기업간 TFT-LCD 경쟁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자존심싸움으로
번져나갈 전망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