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지녔던 꿈과 환상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깨지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는 할아버지들의 위엄(?)에 관한 것일게다.

배뇨시 진득하게 기다리면서,때론 "어험"하며 헛기침까지 해대며 용변을
보는 할아버지들이 일견 위엄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소변배출이 어려워
인위적으로 복압을 증가시켜 배뇨코자 하는 노쇠한 자의 서글픈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인체의 조직세포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위축되는 것이 보통
이지만, 유독 전립선은 노화와 더불어 비대해 지는 경향이 많다.

방광 바로 아래, 직장 앞에 위치한 전립선은 정액의 약 30%에 해당하는
밤꽃냄새의 분비물을 내는 곳이므로 얼핏 생각하면 배뇨와는 무관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방광에서 시작되는 후부요도가 전립선의 중앙을 관통하고 있으므로
전립선이 일정크기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요도가 압박을 받아서 정상적인
배뇨가 힘들어진다.

남성의 배뇨장애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는 전립선비대증은 50세이후
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80세 이후에는 약 40%가 이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상증상은 거의 모두 소변에 관련된다.

초기에는 특히 야간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오줌줄기가 가늘어지며
배뇨를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비대가 보다 심해지면 방광내에 잔뇨가 발생, 소변량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도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된다.

말기에는 잔뇨량이 수백 에 이르러 방광내에 옥주나 게실 등이 형성되므로
수신증과 같은 요로의 폐쇄를 유발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융폐라는 병증이 이에 해당된다.

옥편에 "융병은 노병야"라 한것처럼 병질 부에 솟을 융이 결합된 융은
요곡배륭, 즉 허리가 굽고 등이 불룩 솟아 나온 노인의 형상을 묘사하여
노인성 질환을 뜻한다.

한편 폐는 문에 빗장을 걸어 막는 것처럼, 요로가 어떤 이유로 인해 막힌
소변 불통을 뜻한다.

따라서 융폐는 노인이 되어 요로가 막히면서 소변 배출이 원활하지 못한
질환을 의미한다.

치료는 노인혈쇠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이수와 보정혈의 방법을 혼용
한다.

오십고개를 지나 헛기침의 위엄에 매달리는 남성은 한번쯤 전립선비대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