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항공은 국내 유일의 항공기생산 전문업체로 자리를 굳힐수 있을까.

상공자원부가 최근 삼성항공에 중형헬기 조립생산을 공식 허용함에
따라 정부의 항공산업 전문계열화 정책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항공은 국책사업인 중형항공기개발 주도업체로 선정된데 이어
헬리곱터 생산에 까지 진출,크게 고정익(비행기)과 회전익(헬기)으로
나뉘는 항공기 산업의 종합전문화 업체로 발돋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항공산업 육성의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도 전문화에 관한한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할뿐 확실한 교통정리를 할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상공자원부는 항공산업 전문화를 크게 세분야로 나누고 있다.

<>고정익 <>회전익 <>항공기 엔진이 그것이다.

이 세분야에 각각 1개 업체씩을 전문생산업체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항공기 전문업체 선정의 대전제는 정부지원이 뒤따르는 국책사업의 주도
업체를 우선한다는 것.

민간기업이 자기 돈으로 기술을 도입해 항공기 생산에 참여하는 것까지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하라 마라 할수 없는 탓이다.

따라서 장기간 고정수요가 보장되는 국책사업에 주도업체로 지정된
기업이 자연스럽게 전문업체가 되지 않게느냐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고정익과 엔진분야에선 삼성항공이 전문화 업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고정익에서 삼성항공은 이미 국책사업인 F-16전투기를 조립생산하고 있다.

또 고등훈련기인 KTX-2의 개발주도업체이기도 하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오는98년부터 생산 할 국산 중형항공기 개발 주도업체
가 삼성항공이라는 점.

상공자원부도 고정익의 전문업체는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엔진의 경우 기존의 생산체제를 존중해 전문업체를 육성한다는 계획.

여기서도 삼성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삼성항공은 현재 UH-60과 F-16의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한 분야인 회전익에서만 전문업체로 선정된다면 삼성항공은
국내 유일의 항공전문업체로 입지를 굳히는 셈이다.

물론 이같은 시나리오가 "누워서 떡먹기"처럼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회전익의 경우 국책사업인 경전투헬기(KLH)는 대우중공업이 지난90년 이미
주사업자로 지정돼 있어서다.

상공자원부는 일단 경전투헬기 생산업체를 회전익의 전문화업체로 유도
한다는 구상이다.

또 장기과제로 추진중인 국산 다목적 헬기개발에서도 경전투헬기 생산업체
를 주도사업자로 지정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항공기의 경우 생산업체 선정은 상공자원부외에 국방부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상공자원부의 생각대로 항공산업 전문화가 유도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책사업인 전투기종의 경우 더욱 그렇다.

더구나 국방부는 최근 사업진척이 지지부진한 경전투헬기 생산업체를
변경할지 여부에 대해 상공자원부의 의사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전투헬기 사업자가 바뀔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상공자원부관계자는 이와관련 "삼성이 프랑스 유럽콥터사의 기술을 도입해
헬기생산에 신규참여할수 있도록 해주면서 경전투헬기 사업에는 손을
뻗치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해놓았다"고 밝혔다.

상공자원부도 삼성이 헬기 전문업체로 뛰어들려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산업을 전부 삼성에 몰아주었다는 특혜시비에 휘말릴지도 몰라서다.

상공자원부는 삼성항공의 기술도입신고서를 지난5일 수리하고도 이를
극비에 부쳤다.

상공자원부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고 해명하면서도
"삼성이 헬기시장에 까지 참여하는게 외부에 어떻게 비칠지 몰라서 였다"고
말했다.

지난5일은 공교롭게도 삼성중공업이 승용차 생산기술도입신고서를
상공자원부에 제출했던 날이기도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