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예금일수록 취급원가가 적게 드는 만큼 이자를 많이 주는건 당연하다"

"국민들의 정서상 아직은 이르다. 대다수 서민들은 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보람은행이 지난15일부터 팔고있는 "프리미엄통장"을 두고 금융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통장은 예금이 많을수록 이자를 더 준다는 점이 특징. 연11%를 기본
이자율로 해서 10억원이 넘으면 연15%를 보장하고 있다.

똑같은 상품에 같은 기간 돈을 맡겨놓아도 예금액에 따라 이자율이 다른
본격적인 "금리차별화상품"이다.

논란에 대한 보람은행의 설명은 간단 명료하다.

"거액예금을 처리하는데는 취급원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비용에서
절약한 돈을 이자로 환원시켜 주는 상품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장옥상무)는 것이다.

예컨대 10만원의 예금이나 10억원의 예금을 한번에 처리하는데 똑같이
1천원의 비용이 든다고 가정하자.그럴 경우 10만원짜리 예금을 받아
10억원을 만드려면 1만건을 처리해야한다.

비용은 줄잡아 1천만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따라서 한사람으로부터 10억원의 예금을 받는것이 은행으로서는 더
생산적이 된다.

보람은행은 바로 이점에 착안,차별화상품을 만들어 냈다.

보람은행은 특히 예금액에 따라 절대적인 차별금리를 적용하는게 아니라
일정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만 특별금리를 적용하므로 형평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1천만원을 맡길 경우 5백만원까지는 5백만원을 예금할 때와
마찬가지로 연11%가 적용되고 나머지 5백만원에 대해서만 특별금리인
연12%가 적용돼 5백만원 예금주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게 보람은행의 설명이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이 상품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소액예금자들의 저축의욕을 꺽어버리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임원은 "은행은 기본적으로 많은 대중들을 상대하는 곳이다.

거액예금자에게 열려있는 저축수단은 많다. 따라서 은행들은 소액예금자
들에게 최대한의 금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거액예금주를 우대하겠다고 표명한다면 은행의 기본임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숨기지 않았다.

일부 금융계관계자들은 또 보람은행이 주장하는 "원가에 따른
금리차별화"에 대해서도 논리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전부 모아서 운용한 댓가를 이자로 주는
기관인만큼 상품이 나올때부터 "원가는 균등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만일 원가를 따진다면 모든 예금의 금리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거액예금에 대해서만 고수익을 보장하려면 소액예금주에게
돌아갈 이익의 일부를 떼어 거액예금주들에게 줄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람은행이 과연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보장할수
있을지가 더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연15%의 수익률을 내려면 은행이 마진을 남기지 않고 대부분 예금을
고수익채권에 투자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람은행도 이 점을 고려,2개월동안만 한시적으로 이 상품을 판매키로
한것으로 이들은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때 예금액에 따른 금리차별화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금리자유화가 진전되고 금융기관간 장벽이 허물어질수록 "고금리보장"은
결국 은행의 사활과 직결된다는 전제에서다.

이들은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취급원가연동식 차등금리제도"
가 일반화돼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지금까지 예금금리차별화상품이 전혀 없었던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예금주체가 기업이냐,가계냐에 따라 금리를 차별화했지 예금액에
따라서 다른 이자를 줬던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람은행의 "프리미엄통장"은 금리차별화상품이 성공할것인지를
가름할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볼수있다.

이 통장이 과연"위화감조성"이라는 비판을 누르고 히트상품대열에 합류
할수 있을지에 금융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0일자).